현대자동차가 내부적으로 규제해오던 해외공장규모를 크게 확대키로
하고 인도공장을 조기 착공키로 한것은 해외부문을 중심으로 공격적
경영을 본격화하겠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사실 현대는 한국최대의 자동차업체치고는 그동안 보수적 경영으로
일관해왔다.

해외투자 규모에서 특히 그랬었다.

지난 90년부터 작년초까지 현대의 해외투자사업은 연간 1만~2만대
수준이 고작이었다.

보츠와나(2만대) 태국(1만) 말레이시아(1만) 파키스탄(1만)
이집트(2만) 등 이기간중 해외에 구축한 8건의 해외생산공장 대부분이
이처럼 소규모였다.

이같은 규모는 해외투자는 하되 해외투자 규모에 의한 리스크를 안지
않겠다는 것.

그저 개도국의 수입제한 등을 피해나가기위한 의도가 역력했다.

그러니까 현대가 이번에 해외공장규모를 확대키로 한 것은 이같은
보수적 해외투자자세가 공격적으로 바뀌고 있음을 엿보기에 충분하다는
것이다.

물론 이런 방향전환 조짐은 작년 9월부터 있어왔었다.

정세영그룹회장(당시)이 터키를 방문, 4억달러규모의 합작공장 건설
사업을 성사시키면서 "이 공장에서 97년부터 엑센트와 그레이스 등 연간
6만대를 생산하겠다고 말한 것은 공격적 경영"(수출본부 K이사)을
하겠다는 신호탄이었던 셈이다.

현대의 공격적 경영은 비단 해외투자에서만 나타나는 것도 아니다.

내수부문에서도 1위업체로 안주하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작년말 현대의 시장점유율은 48.2% 그런데 연초 정몽규회장은
"올해 내수시장에 80만대를 판매해 시장점유율 50%를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내수시장도 강화하면 했지 결코 한걸음도 물러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그렇다면 현대는 왜 공격적 경영으로 전환하는 것일까.

한마디로 국내외 여건변화에 적극대응하겠다는게 업계의 시각이다.

내수시장의 급격한 위축으로 이제는 내수에만 의존할수 없는 상황이
돼버렸다.

해외시장도 서유럽 미국 등 선진국들은 물론 동남아 중남미 등 자동차
개도국들도 완성차수입에 대한 규제를 점차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러니까 규제가 더 강화되기 전에 해외시장 개척에 적극 나서 앞으로는
비중을 해외부문에 두겠다는 의도이다.

위기상황을 적극 대처해 ''제2의 도약''을 위한 기회로 삼겠다는 얘기다.

현대의 방향전환은 기아 대우 등 경쟁업체들의 적극적인 해외시장
개척과 무관하지 않다는 시각도 있다.

특히 대우가 폴란드 루마니아 우즈베크공화국 체코 등 동유럽시장을
''싹쓸이''(58만대규모)하면서 상대적으로 현대의 해외타깃이 크게
줄어든게 사실이다.

현대가 인도와 인도네시아에 30만대규모의 생산체제를 구축하겠다는
것도 아시아가 진출대상으로 남아있는 몇 안되는 지역중 가장 큰
시장이기 때문이다.

<이성구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1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