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최대 그룹인 다임러벤츠가 네덜란드의 항공기제작사인 포커사에 대한
금융지원을 중단한다고 발표함으로써 그 파급효과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미 프랑크푸르트거래소가 지난 22일 하루 동안 다임러벤츠주의 거래정지
조치를 내렸으려 23일의 도쿄증시에서도 같은 시장조치가 내렸졌다.

포커사와 관련된 다임러벤츠의 발표에 따라 벤츠사 주가가 큰 폭으로
출렁거릴 수 있어 투자자 보호차원에서 취해진 조치다.

다임러벤츠그룹은 포커사에 대한 금융지원을 중단하게 된 배경을 설명
하면서 지난해 60억마르크(약40억달러)에 이르는 당기순손실을 봤다고
밝혔다.

다임러벤츠 창립이래 최악의 경영실적이다.

가장 큰 적자원인을 계열사인 다임러벤츠아에로스페이스(DASA)의 경영악화
로 지적되고 있다.

DASA는 엄청난 적자를 내온 네덜란드의 항공기제작사인 포커사에 대해 51%
의 지분을 가진 최대주주다.

따라서 벤츠 경영진들은 수익성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적자의 발원지인
포커사를 벤츠기업군에서 잘라 낼 수 밖에 없다는 쪽으로 결론을 내렸다.

특히 포커사의 제2 대주주(지분 11%)인 네덜란드정부가 자국의 항공기
제조업체에 대한 구제금용을 거부한 것이 다임러벤츠가 포커사에서 발을
빼는 계기로 작용했다.

결과적으로 포커사는 파산위기에 처했다.

재산보전처분및 법정관리를 신청한후 사업부별로 다른 기업에 인수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번 다임러벤츠-포커건은 벤츠그룹의 향후경영방침과 세계 항공기산업에
적지 않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벤츠그룹의 경우 자동차부문등 주력업종에 투자를 확대하는 업종전문화에
한층더 더 박차를 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실제로 위르겐 쉬렘프 벤츠회장은 "수익성을 추구하는 사업재편에 주력할
것"이라고 밝혀 경영실적이 양호한 자동차부문에 총력을 기울일 것임을
시사했다.

또 항공기사업과 관련해서는 이번 건이 유럽에서 항공기제조업의 재편을
가속화시키는 작용을 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포커사 파산위기에 직면하면서 벤츠그룹에 엄청난 손실을 안겨준 것은
기본적으로 65인-1백70인승 중소형항공기(포커사의 주력생산품)시장이
세계적으로 공급과잉상태에 있었기 때문이다.

포커는 공급과잉속에서 보잉 에어버스 맥도넬더글라스등 "빅 스리" 항공기
메이커에 비해 가격경쟁력이 없어 파산위기에 맞았다고 볼 수 있다.

이에따라 유럽에서는 프랑스 아에로스페시알이나 영국 브리티시에어웨이
등을 중심으로 경쟁력 강화를 위한 항공기 제조사업 통합논의가 일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포커사 파산이 통합논의를 부추길 것으로 예상된다.

어쨌던 벤츠는 포커건으로 사업다각화를 위한 해외 기업인수의 위험성을
절감하게 됐고 한편으로 유럽항공산업계는 재편의 기회를 얻게 된 셈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