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년간 철학 서적만을 전문으로 출판해온 그는 출판계에서 아주
독특한 인물로 꼽힌다.
사회과학서 붐이 일던 80년대에도 별다른 인기를 끌지 못한 강단
철학서 출판을 고집했기 때문.
"발전된 사회, 선진화된 사회는 어려 역할이 조화와 균형을 이루는
사회라고 생각합니다.
출판 역시 문학 사회 과학 학술 경제 경영 등 여러 부문이 나름의
역할을 갖고 균형있게 발전돼야 한다는 생각에 강단철학서 출판을
계속해왔습니다"
그러나 살펴보면 실은 자신이 아니면 아무도 선뜻 나서려할 것같지
않아서 계속해왔음을 알수 있다.
서광사가 95년말 현재 출간한 철학서는 270여권.
올해에는 지난 83년말 기획한 희랍원전 번역출판작업의 첫 결실을
내놓을 예정이다.
플라톤의 대화편중 "국가" (박종현 역)의 희랍어 원전번역 및 주석
작업이 마무리 단계에 이른 것.
내년 상반기까지는 "테아이테토스" (기종석 역)도 출간할 계획이다.
"국내에 번역된 희랍원전은 모두 영어나 일어판을 번역한 것입니다.
철학에 대한 우리사회의 인식이 부족한 징표이기도 합니다.
미래세대가 서양 고전철학자들의 사유를 쉽게 배우도록 하기 위해
시작한 이 작업이 10여만에 마침내 성과를 거두게 됐습니다"
서광사는 또 철학연구의 활성화를 위해 국내 철학자들의 박사학위
논문 및 연구논문을 엄선해 단행본 및 시리즈로 엮어내는 작업도
병행해왔다.
74년 11월 설립이래 철학 논리학 미학 종교학 등 철학관련 부문의
서적을 출판해온 서광사가 현재 기획중인 것은 "플라톤의 대화편
원전주석과 번역" "코플스톤철학사" "서광철학강의" "사랑과 지혜가
담긴 동화" 시리즈 등.
특히 "서광철학강의"는 국내에 잘 소개되지 않은 최근의 유럽 철학을
분야별로 정리할 예정이어서 주목을 끌고 있다.
"언젠가 흐름을 좇아 중국 문학 출판을 시도한 적이 있습니다.
그 결과를 보고 내길은 아니구나 하고 생각했죠.
앞으로도 인간의 사유를 다루는 철학서와 어린이에게 꿈과 지혜를 주는
동화책 출판에만 진력할 작정입니다"
한탕주의가 팽배해 있는 국내 출판계에서 상업성과는 거리가 먼 듯한
철학서출판을 고집함으로써 전문출판의 가능성을 입증한 그는 25일
발족하는 한국 출판유통(주)의 출범을 위해서도 적극 노력했다.
"영상매체의 영향력이 날로 확대되는 상황에서 출판인 스스로 달라지는
독자상에 접근하고자 노력해야 합니다.
앞으로는 문화적.경영적인 감각을 고루 갖춘 출판사만이 살아 남게 될
것입니다.
변화의 최일선에 서있는 출판인상 확립을 위한 출판계 스스로의 노력이
어느때보다 중요한 시점이죠"
어렵기는 하지만 출판의 미래가 어둡기만 한 것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김대표는 60년부터 카톨릭대학 신학부에서 철학과 신학을 5년 가까이
공부한 뒤 신부보다는 출판인의 길을 택했다.
< 김수언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