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신업계의 새판짜기 한창이다.

명분은 국내 증권관련산업의 경쟁력강화와 증권제도의 국제적 정합성을
제고하기 위해서이다.

금융의 증권화 겸업화가 진전되고 업무영역이 점차 확대되는 세계적인
추세를 따르자는 의도도 깔려있다.

그러나 밑그림을 그리는 단계부터 삐걱대고 있다.

5월중 투신업에 진출하기 위해 증권사를 파트너로 맞아야 하는 10대계열
증권사들은 짝을 찾지못해 우왕좌왕하고 있다.

정부가 지난해 산업자본의 투신사 지배에 따른 폐해를 방지하기 위해
10대계열 증권사는 단독 출자대상에서 제외시켰기 때문이다.

인가신청서를 제출할 시점이 다가왔는데 골격을 마련한 회사는 아직까지
한곳도 없는 셈이다.

"진도개에게 재갈을 물리고 미국산 셰퍼드와 싸우라는 꼴이지요."

6개월동안 파트너를 찾으려 뛰어다니다 기진맥진한 한 증권사임원의
푸념이다.

대우 LG 현대등이 부국 건설등 소형사와 막판 협상을 벌이고 있으나
최종합의 계약을 맺는데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국투신사와 합작형태로 진출할 수 있지만 생각만큼 쉬운게 아니다.

수익증권판매형태등 영업방식의 차이로 외국사가 합작에 소극적이다.

협상이 진행되는 경우에도 요구조건이 까다롭다고 한다.

올해말이면 지점형태로 영업이 가능하고 97년말히면 지분 참여제한이
폐지되는데 합작을 서둘 필요가 없다는게 외국사들의 한결같은 입장이다.

동아증권이 미국계 투신사와 합작을 위한 막판 협의를 진행중이고 삼성
한진등도 합작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증권사들은 합작보다
컨소시움형태의 진입을 바라고 있다.

물론 동서 대신 한신 고려 동부증권과 은행계열 6개증권사들은 손쉽게
투신사 간판을 내걸 것으로 보인다.

투자자문사가 있는 증권사는 투신사 전환을 위한 증자준비를 완료한
상태이다.

지방투신의 지분을 갖고있는 동양 대유 서울증권등은 진출방식을 최종
결정하지 못하고 득실을 부지런히 따지고 있다.

동양증권은 중앙투신을 통한 투신업진출이 유력하고 한일투신의 지분10%를
갖고 있는 서울증권의 경우 컨소시움형태의 진출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32개 증권사중 적어도 20개이상이 투신업에 진출할 예정이다.

모든 증권사들이 무한경쟁시대의 사활여부를 따지기보다 진입 자체에
의미를 두고 있는 듯하다.

일본의 경우 2백50여개의 증권사중 투신업을 영위하고 있는 회사는 16개
정도이다.

반면 효율적인 투자신탁업무를 위한 준비상태는 엉망이다.

능력있는 펀드매니저를 확보했거나 제대로 양성중인 증권사는 거의 없다.

그저 증권사 주식부등에서 차출, 활용하겠다는 막연한 생각을 갖고 있다.

인센티브제 도입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설립후 1년간은 주식형 투신업무만 영위하도록 정하고 있어 경쟁력있는
상품을 개발하지도 못하고 있다.

모회사인 증권사로부터 투자자회사의 독립성을 어떻게 유지시켜 나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찾아볼수 없다.

강창희대우증권이사는 무조건적인 투신사설립은 시장질서만 어지럽게
할뿐 투신업의 질적인 발전을 가로막는 결과를 가져올 수있다고 설명했다.

투신업에 경쟁체제가 도입되면 수익률경쟁이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기존투신사와 신설투신사간 각축전은 자산운용수익률에 따라 승패가
갈리게 된다.

같이 망하고 같이 흥할수 없다.

계수경쟁에만 급급해 수익률보장각서를 써주고 체중을불리는 식의 구태는
설땅을 잃게 된다.

물론 수익률은 수시로 공개된다.

투신업 진출을 목타게 기다려왔던 한 증권사임원은 성공적인 투신시장
진입을 위한 유일한 무기는 높은 수익을 제공하는 것뿐이라고 잘라 말한다.

주식형에서라도 승부를 낼 계획이다.

전장에 나가는 전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정성껏 칼을 가는 것인데 의욕만
앞섰지 준비가 부족한게 우리의 현실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