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합이 울산 구조재구축공장을 완공한 것은 "섬유그룹"으로서의 그간
이미지를 완전히 털어내게 됐음을 의미한다.

고합이 1차로 구축한 연2백만t 생산체제에서 섬유부분이 차지하는
비중은 10%.폴리에스터원사 20만t이 전부다.

나머지는 모두 석유화학 원료다.

창립30주년을 맞아 이제 명실공히 "종합화학그룹"으로의 변신에 성공한
셈이다.

고합그룹은 지난 82년 고려종합화학 88년 고려석유화학등 화학관련
계열사를 잇달아 설립하며 원료분야인 상류부문 (upstream) 으로의
사업확장을 계속해 왔다.

이 그룹의 간판회사인 고려합섬이 쟁쟁한 경쟁사를 제치고 국내 최대
화섬업체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이런 원료분야를 강화한 덕분인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울산구조재구축공장은 그런 의미에서 변신을 서두르고 있는 국내
화섬사들에 상당한 자극제가 될 전망이다.

대부분의 화섬업체들은 이미 고합의 구조재구축공장을 중점연구사례로
삼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납기단축 물류비절감 코스트다운등 업계의 과제에 대해 구조재구축공장은
상당부분 "모범답안"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구조재구축공장은 한 단지내에서 원료에서 최종제품까지 생산해낼 수
있는 통합체제를 갖춰 코스트다운과 시간경쟁력을 극대화한 것이 특징.

석유화학과 수지및 원사플랜트 폴리에스터와 나일론 직물 등 각 관련
계열사들의 공장을 집결시켜 시너지효과를 내는 건 물론 물류합리화와
성력화 성에너지화로 제품의 원가를 획기적으로 절감할 수 있도록
생산시스템을 완전히 새로 짰다.

예컨대 고려석유화학에서 생산된 PX(파라크실렌)를 원료로 고려석유화학은
PTA(폴리에스터 원료)를 만들어낸다.

고려합섬은 이 PTA를 중합해 폴리에스터원사를 뽑아내 고합물산에
넘긴다.

고합물산이 짠 직물을 고합텍스타일이 염색해 원단이 생산된다.

이같은 수평적 일관통합 작업을 벌이는 모든 공장은 파이프로 연결돼
있다.

탱크로리나 대형트럭으로 실어나르고 저장탱크나 원료창고에 며칠씩
"묵어야" 했던 중간 과정을 모두 생략할 수 있게 됐다.

운송비와 보관비가 대폭 절감되는 것은 물론이다.

공장 관계자는 "공정의 통합화로 연간 원가절감액이 1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등 경쟁력향상 효과가 눈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다른 공장 관계자는 "이 시스템은 70,80년대 붐을 일으켰던 석유화학
콤비나트와 최근의 수직계열화체제의 단점을 보완해 세계 처음으로
도입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합은 이같은 첨단 공법의 공장을 연내 울산(2단지)에 추가 완공하는
것은 물론 중국 대련과 동남아에도 순차 건설키로 하는 등 글로벌 전략을
동시 추진키로 했다.

섬유분야에서 세계를 제패했던 한국 기업의 관록을 섬유원료등 종합화학
분야에서 재현하려는 야심이 담겨있는 셈이다.

고합이 이미 대부분 시설이 가동되고 있는 구조재구축공장의 완공식을
창립기념일을 기다려 갖게 된 것은 이 신생산체제의 도입이 고합으로서나
국내 화섬업계로서나 "상당한" 의미가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고합이 구조재구축공장 완공을 계기로 비교적 보수적으로 비춰져온
그룹이미지를 완전히 "재구축"할 수 있을지도 또다른 주목거리다.

<울산=권영설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1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