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명철 <대외경제연 연구위원/전 김일성대 경제학교수>
김일성 사망을 전후하여 북한경제는 사회주의 경제체제와 그 운영방식의
비현실성, 비능률성, 비능동성, 비민주성으로부터 산생되는 한계에
부딪히면서 침체를 거듭하고 있다.
이러한 침체는 구사회주의 국가들에서 공통적으로 겪었던 사회주의
경제원리와 그로부터 형성된 계획경제체제와 운영방식의 모순에 그 근원을
두고 있으면서도 북한체제에 고유한 통치자의 독선적이며 즉흥적인 간섭과
경제논리를 정치논리에 무조건 복종시키는 북한노동당의 정치행태로부터
가중된 정치체제적 폐해라 하겠다.
김정일 치하의 북한은 사회주의체제를 자본주의 시장세계에 적응하기
위하여 중국이나 월남의 모델과는 명확히 구별되는 구조를 발전시키고
있다.
이 독특한 구조는 안으로는 자유시장 영역을 확대하여 생산성을
제고하고 밖으로는 문을 열어 자본주의시장과의 교류를 늘리되 열려진
문에 모기장같은 장막을 쳐서 자유시장 침투를 억제하려는 것이다.
북한의 자유시장 개념은 개인이 자유시장 수익을 목저그로 생산활동을
할수있는 동시에 사업, 생산수단및 판매시장의 세가지 수입증대 변수중에서
최소한 하나를 집단주의 정부의 장악에 둔 경제구조이다.
자유시장은 사회주의체제에 뿌리박혀 있어 개혁이라는 명칭없이
추진되고 있다.
열려진 문을 막는 모기장역할은 외국기업이 필요한 인력을 성분좋은
사회주의 근로자들로만 할당하여 그들이 공장안에서 체험하는 자본주의
우월성을 외부주민들에게 함구하게 함으로써, 소기목적을 달성할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북한의 자유시장은 쓰던 물건을 현시세에 사서 파는 국영 수매상점과,
주민을 조직하여 지방의 폐설물로 제작한 소비품을 시장가격에 파는
8.3 인민소비품직매점을 시장기능형식으로 한단계 더 발전시킨 것이다.
수매상점은 주민들이 만들거나 외국에서 들여온 새 물건도 시장가격에
사서 팔게 하였고, 8.3 직매점은 군소재지뿐 아니라 각 협동농장에
하나씩 직매점분점을 차려놓고 농부들로 하여금 지방부산물을 이용하여
소비품을 만들어 팔게 한 것이다.
특히 8.3 직매점분점은 북한식 집단주의 시장구조의 전형일뿐 아니라
더욱 넓게 발전시킬 잠재력이 있다.
그것은 북한의 경공업생산의 53%를 차지하지만 자체의 직매점이 없어
관료적 국영상업권망을 통하여서만 판매하는 지방공업부문을 흡수하여
지방공업 소비품과 8.3 인민소비품을 모두 8.3 직매점에 팔게하는 개혁이
있다.
북한의 집단주의 시장경제는 그 특수성이 기업의 사유화 거부에 있는
것이므로 장기적 생존가치는 없다.
그러나 그 제도가 제한적이나마 제공하는 시장원리는 특히 지방공업부문을
흡수하는 경우 북한의 사회주의를 중.단기적으로 유지하는데는 도움이
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