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대통령이 오는 31일 30대그룹회장들과 청와대에서 만찬을 하기로
한것은 시기적으로 과거의 회동과는 다른 의미가 있다.

먼저 정치적으로 4월총선을 앞두고 정부가 "재계끌어안기"에 적극 나섰다는
점이다.

김대통령이 올해 국정운영방향으로 설정한 "안정속의 개혁"을 위해서도
정부와 재계와의 원만한 관계설정은 어느때보다도 절실하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지난해말 시작된 "역사바로세우기" 과정에서 일부 재계총수들이
법정에 서는 등 재계는 커다란 곤욕을 치렀다.

정부에 대해 내놓고 얘기할수는 없지만 재계 나름대로의 불만과 불안감은
상당한 수준이다.

이러한 불만과 불안감을 해소하지 않고서는 사회안정은 물론이고 총선
에서도 여권의 승리를 장담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최근 30대그룹에 속하는 우성건설의 부도에 정부가 적극 나서지 않은것도
재계로서는 불안요인이 되고있다.

31일 만찬은 이러한 재계의 불안감을 해소하고 재계의 의견을 수렴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오찬이 아니라 만찬형식을 취한 것도 충분한 시간을 갖고 격의없는 의견을
나누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날짜를 31일로 잡은 것은 노태우전대통령의 3차공판이 29일인 점을 감안,
공판이 끝난 다음에 재계총수들을 위로하기 위한 것으로 지적된다.

구본영 청와대경제수석은 이와관련 "이번 만찬은 기업인들을 위로하고
격려하기 위한 자리"라고 강조하면서 "김대통령이 재계회장들에게 얘기하는
것보다는 듣기 위해 많은 시간을 할애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구수석은 "지난 10일 전경련회장단초청 간담회에서 김대통령이 가까운
시일내에 기업인들을 청와대로 초청하겠다는 뜻을 전달한데 따라 이번
만찬을 준비해왔다"고 덧붙였다.

당초 청와대에서는 재계회장들과의 회동을 개별적인 독대, 10대그룹,
30대그룹 등 3가지 안을 놓고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총수들로부터 허심탄회한 얘기를 듣기 위해서는 독대형식이 가장
좋다는 의견이 제기됐었다.

그러나 30대그룹회장들을 독대로 만나기에는 시일이 너무 오래 걸린다는
점에서 일단 제외됐다.

차선책으로 소규모단위의 10대그룹회장들과의 회동이 검토됐다.

독대형식이 어렵다면 소규모로 만나는 것이 재계의 솔직한 의견을 듣는게
더낫지 않느냐는 판단이었다.

그러나 10대그룹회장만을 만난다면 나머지 그룹들이 소외감을 느껴
오히려 역효과를 낼것이라는 의견에 결국 30대그룹회장들과의 만찬으로
결론이 났다.

30대그룹회장을 만나되 오찬이 아닌 저녁 만찬이면 분위기상 재계총수들이
의견개진을 활발히 할수 있지 않느냐는 판단이 작용했다.

김대통령은 이번 만찬에서 기업들이 심기일전하여 투자와 경영에 적극나서
경제활성화에 앞장설것과 중소기업지원을 당부하고 규제완화를 통한
기업환경개선을 재천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규제완화를 넘어선 규제철폐와 예측가능한 정책운영등을 강조, 기업들의
투자및 경영의욕을 부추기고 개혁에 동참할 것을 당부하는데 얘기의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 최완수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