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25일 밝힌 "민선시정 3개년계획"은 과거 임명직 시장시절 1개년
단위로 수립됐던 단기 위주의 계획에서 벗어나 계획단계부터 외부전문가,
시민단체가 함께 참여한 시정사상 최초의 중기종합계획이라는 점에서
의의를 찾을 수 있다.

이같은 계획수립으로 인해 매년 "땜질"에 그칠 수 밖에 없었던 시정운영이
최소한 3년간은 일관성과 연속성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또한 이같은 방향전환은 시민에게 시정방향과 중점시책을 미리 알려
예측가능한 시정이 전개된다는 점에서도 긍정적인 평가를 내릴 만하다 할
것이다.

서울시는 이번에 발표된 계획이 가용재원범위내에서 마련한 것임을
강조하고 있다.

중기구상이라면 시민을 위한 모든 사업을 담아야 하지만 현상태에서 조달
가능성이 불확실한 재원을 토대로 계획을 수립한다는 것은 무리하다는
판단에서다.

이번에 발표된 내용은 대규모 개발위주의 전시적인 사업전개에서 탈피,
시민들이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사업을 우선적으로 포함했고 실질적으로
시민생활에 도움이 되는 각종 생활편익, 복지, 문화시설의 확충에 역점을
둔 것이 특징으로 평가되고 있다.

또한 시정의 목표를 오직 시민에게 두고 시정 전분야에 걸친 시책의 체계와
사업의 우선순위를 명확히 함으로써 한정된 여건하에서 시정운영의 총체적인
효과가 최대한 반영되도록 한 점은 수립과정의 특징으로 꼽을만하다.

이와함께 계획의 집행.평가과정에서 시민참여의 폭을 넓히고 모니터링
기능을 강화, 여건변화에 따라 적절한 시기에 개선이 가능하도록 운영과
집행상의 활력을 불어넣은 점도 눈에 띠는 대목이다.

그러나 이같은 중기계획의 실행에 있어 발목을 잡고 있는 요인이 많아
완벽한 실행이 가능하겠느냐는 의문이 남는 것도 사실이다.

우선 문제점이 재원이고 여기에 덧붙여 필요한 인력, 부족한 기술도
극복해야 할 과제다.

서울시의 계획대로라면 3개년계획에 소요되는 재원은 모두 28조5천억원이
필요하나 이 기간동안 서울시가 마련할 수 있는 돈은 23조5천억원이라는
시관계자의 설명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서울시는 이에대해 현재 중앙정부가 서울시에 대해 차등적용하고 있는
지방재정지원제도를 개선하고 국세와 지방세간의 비율조정 등을 통한 지원
등을 기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인구가 전국민의 25%를 차지하면서도 예산규모는 정부의
7.4%수준에 그치고 있는 것이 현재 서울의 위상"이라고 전제, "각종 법령과
제도가 중앙정부위주로 운영, 자치시정의 제약요인이 되고 있는 현상태를
근본적으로 개혁하기 위해서는 "서울특별법"이 제정되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서울시가 밝힌대로 "장정"의 첫걸음은 시작됐다.

그 성패는 "자치시대"의 성패를 가늠하게될 잣대가 될 것임이 분명하다.

< 양승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