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원이나 직원처럼 회사의 경영에 직접 참여하지 않는 대주주겸 회장도
업무상 배임죄의 적용대상이 된다는 판결이 나왔다.

이는 주주총회를 주도하고 임원선임, 결산, 경비한도 설정등 회사의
업무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대주주겸 회장이 배임죄 적용대상이
되는가를 놓고 벌여온 논란을 우리나라 실정에 맞춰 판단한 첫 판결
이어서 주목된다.

서울고법 형사1부(재판장 홍일표부장판사)는 26일 여신한도를 초과하는
대출로 충북투금에 손해를 입힌 혐의로 1심에서 징역3년을 선고받고
"자신은 충북투금 경영에 관여하지 않는 대주주일 뿐이므로 배임죄
적용은 부당하다"며 항소한 전충북투금 대주주겸 회장 전응규 피고인(72)에
대한 항소심에서 이같이 밝히고 항소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배임죄란 법률이나 계약에 의해 맺어진 임원이나
직원이 아니더라도 신의나 관습 또는 신임관계에 의해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경우에도 적용된다"고 밝혔다.

이어 "대주주 개인의 의사가 바로 주주총회나 이사회의 결의에 반영되고
임원및 직원들의 인사권에도 실질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이 우리나라
현실"이라며 "배임죄의 본질과 우리나라의 주식회사 운영의 실태에 비춰
주식회사의 영업활동을 통제.간섭하는 지위에 있는 대주주겸 회장은
배임죄의 주체에 해당한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전피고인은 충북투금의 인사권을 행사하고 영업활동에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청방그룹, 합동탄좌 등 친인척 회사 11개 기업에 여신한도를
초과해 대출토록 지시, 충북투금에 손해를 입힌 사실이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전피고인은 지난 94년말 충북투금이 덕산개발에 인수되기 직전 1천1백여
억원을 재무구조가 취약한 청방그룹내 기업등 11개 기업에 상환능력을
고려하지 않고 부정대출한 혐의로 구속기소돼 1심에서 특정경제가중
처벌법상의 배임죄로 징역3년이 선고됐다.

< 한은구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