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문제에 관한 하와이 3국 회담에 이목이 쏠렸던 것은 무리가 아니다.

이미 세계 문제가 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틀간 모임이 어제 별 성과없이 끝난 것은 문제 자체가 그리
간단치 않기 때문이다.

문제에 제대로 접근하려면 당연히 제1 당사자로 능동적이어야 할 한국의
위치가 미-일에 대해 수동태로 도치돼 있는 현상부터 시정되어야 한다고
본다.

회담의 중심 의제는 대북한 식량원조의 타당성 문제로서 핵심은 과연
북한이 처한 식량사정이 긴급 구호를 하지 않으면 기아는 물론 당장의
무력도발등 평화 위협적인가의 여부라 할수 있다.

이에 대한 입장도 상식과는 반대의 현상이 비쳤다.

상황인식의 절박성 면에서 지리로나 촌수로나 가까운 순서가 아닌 먼
순서로, 원조가 급하다는 미측의 견해에 한국은 오히려 그 반대의 것으로
표면상 비쳐졌다.

그러나 모든 상황의 어느 면을 보더라도 3국 가운데 북한의 역경 극복을
진심으로 원하는 쪽은 한국이라는 사실은 아무도 부인하기 힘들다.

다만 이렇게 문제가 뒤틀려 투영되는 데는 최근 작용한 근인에다 보다
본질적인 위인이 있음을 통찰할 필요를 느낀다.

가까운 원인은 지난해 15만t 북송을 전후한 남북 쌍방의 미숙성 노출이다.

북의 과오에는 인공기게양 강요, 남측 수송선원의 사진촬영 이유 감금,
배급경로의 비공개 등을 꼽을수 있다.

남측의 과오로는 북경회담의 전문가 배제와 저자세 인상, 선박출항식 등
과시성, 외국미 무제한 원조용의표명 등이 있다.

그런 미숙성들이 각기 대내, 상대방, 대외의 불만을 자극함으로써 특히
식량 추가 원조에서 한국정부의 운신폭을 이리도 좁혀놓은 근인이라 볼수
있다.

원인은 대북한 문제에서 미국추종-자주폭축소를 자초하고 관행화한 것이다.

소급하면 국토의 분단, 휴전반대-정전회담 불참에 기인된 한국 정부의
대화당사자 소외 등을 지적할수 있다.

문제는 그것을 숙명처럼 받아들여 정책 입안은 물론 그 전제인 대북정보의
수집-분석-평가부터 미-일 의존 일관이었다.

그 결과 북한정보의 권위 소식통은 지금도 서울 아닌 워싱턴-도쿄다.

물론 한국의 능동성 확보란 의지나 노력만으로 불가능한 상태였다.

역부족이었다.

그러나 근년 여건은 바뀌었다.

무엇보다 전방위 외교의 달성으로 과거 미-일을 통해 우회하던 대소-중
간접통로를 직통 근거리로 확보했다.

위성정찰 전자감청등 아직도 한계는 있으나 의지 노력여하에 따라선
대북한정보 관리자주화에 진전을 꾀하며 그것을 토대로 전략입안의 자주성을
상당수준으로 높일수 있다고 믿는다.

북한의 식량문제는 하와이 회담 한번으로나, 쌀1만t쯤 될 미국의 200만달러
원조로 좌우될 문제가 아니다.

적어도 통일때까지 중심이 될 핵심문제다.

어떤 문제에 장기 안목으로 접근함에 있어 그 출발점이 정보수집 활용의
능동성 확보임은 상식이다.

대북문제에 우방의 협력은 필수지만 이니셔티브는 양보할 성질이 아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