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전 < 서울대 환경대학원교수 >

지난 대선때 김영삼대통령은 전국 주요 하천의 수질을 1급수로 끌어
올리겠다는 선거공약을 내걸었다.

그러나 그는 환경에 관한한 거꾸로 가는 대통령이라는 것이 환경을
진심으로 걱정하는 사람들 사이의 실망어린 중론이다.

그런 김대통령이 새해 국정연설에서 국정운영 6대과제를 발표하였는데,
이중 두번째가 경제체질강화이고 세번째가 제도개혁이요, 다섯번째가
사회간접자본 확충이다.

말이 6대과제이지 그 절반이 사실상 경제에 직결되는 것들이다.

환경문제에 관해서는 국정연설 어디에도 대통령으로서의 확고한 의지나
구체적 계획은 전혀 읽을수 없다.

다만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생활개혁을 추진하겠다는 정치9단
으로서의 언급이 있었을 뿐이다.

그러니 국정연설문만 보아서는 집권 후반기에도 환경대통령이기를 기대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김대통령은 여전히 거꾸로 가는 대통령이란 비난에서
벗어나기는 어려울 모양이다.

그렇다고 환경운동가들이 절망할 필요는 없다.

대통령이 제시한 국정운영과제들을 앞으로 어떻게 운영하느냐에 따라
경제도 살리면서 환경도 제대로 보전할 묘안들은 얼마든지 있기 때문이다.

다만 대통령의 의지가 관건이다.

그러면 어떤 묘안이 있을수 있는가.

세번째 국정운영과제인 제도개혁에는 김대통령의 강력한 의지가 실려있는데
여기에는 세제개혁이 포함된다.

그렇다면 세제를 개혁하되 환경친화적인 방향으로 세제를 개혁하는 것,
바로 여기에 앞으로 경제도 제대로 살찌우고 환경도 제대로 살리는
절대절명의 묘안이 있다.

물론 환경친화적인 세제개혁에도 여러가지 변형이 있을 수 있겠으나 우선
몇가지 원칙부터 생각해보기로 하자.

그 첫째는 증세배제의 원칙이다.

조세는 필요악이라고 하지만 거의 모든 조세는 자원배분에 있어서 왜곡을
초래한다는 것은 경제학 원론만 읽어도 알수 있는 경제상식이다.

왜곡을 초래한다는 것은 낭비가 있다는 말이다.

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조세는 모순을 내포한다.

예컨대 열심히 일하는 것은 사회가 적극 권장해야 하는 덕목임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일해서 번돈에 소득세를 부과하는 것은 열심히 일하는
것에 오히려 징벌을 가하는 것이며 기업이 열심히 활동해야 경제가 사는
법인데 기업이 열심히 활동해서 번돈에 법인세를 때리는 것은 기업이 열심히
활동하는 것에 대하여 징벌을 가하는 것이니 이 모두가 모순이다.

개혁이란 왜곡과 모순을 제거해서 좋은 방향으로 고치는 것이다.

그러니 세제개혁을 한다면 증세는 당연히 최우선적 기피대상이 될수밖에
없다.

두번째 원칙은 경제적 왜곡 최소화의 원칙이다.

앞에서 언급한대로 비록 조세는 거의 필연적으로 자원이용에 있어서 왜곡을
수반한다고는 하지만 그 왜곡으로 인한 사회적 손실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조세체계를 조정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할 것이다.

세번째 원칙은 소비절제의 원칙이다.

현재 환경문제에 관하여 범지구적 규범이 되고 있는 지속가능발전의 규범은
우리의 물질적 소비수준을 환경의 수용능력이 허용하는 범위안으로 제한할
것을 요구한다.

이 지구는 소비가 미덕임을 더이상 인정하지 않는다.

최근 환경개선에 필요한 재원조달을 위해서 환경세를 신설하자는 주장이
정부일각에서 또는 경제학자들 사이에서 뜸금없이 제기되고 있지만, 우선
위의 증세배제의 원칙에 의해서 그런 단순한 환경세의 신설도은 제척사항이
된다.

비록 백보를 양보해서 증세가 필요하다고 하더라도 재원조달을 위한
환경세의 신설은 그 세수입을 정부가 효율적으로 쓸수 있음을 전제한다.

하지만 우리의 현실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

첫번째 원칙과는 달리 두번째 원칙에서 보면 환경세의 도입은 대단히
바람직하다.

왜냐하면 다른 조세와는 정반대로 환경세는 자원이용의 왜곡을 교정하는
효과를 수반하기 때문이다.

즉 환경세는 우리의 참된 사회복지가 극대화되도록 자원을 보다 더 효율적
으로 이용하게 하는 효과를 가져온다.

물론 이때의 환경세는 단순히 재원조달을 위주로 한 환경세가 아니라
환경오염물질 배출의 억제를 위주로 한 환경세이다.

그렇다면 첫번째 원칙과 두번째 원칙을 동시에 충족시키는 세제개혁은
어떤 것인가.

환경세를 신설하되 증세가 없도록 다른 조세를 감면하는 방향으로 조세
체계를 바꾸는 것이다.

그러면 어떤 조세가 감면대상이 될 것인가.

경제도 살리고 환경도 살리기 위해서는 근로소득세와 법인세를 감면대상
으로 삼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근로소득세와 법인세의 감면은 자원이용의 왜곡으로 인한 사회적 손실을
줄이는 데에 큰 보탬이 될뿐만 아니라 임금부담을 줄이고 실질이윤율을
높임으로써 고용과 생산을 늘리는 효과를 수반하기 때문이다.

한편 환경세의 실시는 환경오염물질의 배출을 억제함으로써 환경을 개선
하는 효과를 발생시킬 것이다.

그러므로 환경세를 도입하되 그대신 증세가 없도록 근로소득세와 법인세를
감면하는 세제개혁은 그동안 정부가 틈만나면 강조해왔던 "환경과 경제의
조화"를 실질적으로 가능하게 한다.

여기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일본의 경제학자 다케우치교수가 주장했듯이
가계의 지출에 대한 조세, 예컨대 소비세를 늘림과 동시에 그만큼
근로소득세와 법인세를 줄인다면 조세체계는 더욱 더 환경친화적이 될수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소비세의 인상은 세번째 원칙이 요구하는 환경친화적 소비절제를
효과적으로 유도함에 있어서 강력한 수단이 되기 때문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