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중원 < 수출입은행 이사 >

최근 국제금융시장에는 신규채권 발행이 홍수를 이루고 있다.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즈지가 최근 보도한 바에 따르면 새해들어 첫2주동안
국제채권시장에는 무려 180건, 396억달러의 채권이 발행되어 사상최대규모를
기록하였다고 한다.

이는 최근의 미국 독일등 주요선진국들의 경제동향이 대체로 국제채권
시장에 유리하게 전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미국 달러금리 수준을 보면 94년말 8%수준까지 상승했던 30년만기
국채수익율이 지난해에는 지속적인 하락세를 나타내어 현재는 6%수준으로
내려와 있는 상황이다.

이는 지난 20년동안 최저수준이었던 93년말의 5.77%에 거의 접근,
고정금리 차입자의 입장에서 보면 근래에 보기 드문 매우 낮은 수준이다.

올해도 미국금리는 지난해부터 뚜렷한 안정세를 나타내고 있는 미국내
인플레이션과 미연방 준비은행의 금융완화정책 기조를 배경으로 당분간
장단기금리 모두 현수준에서 하향안정세를 보일 것이라는데 많은 전문가들의
견해가 일치하고 있다.

물론 국제금융시장의 움직임은 언제나 예기치 못한 돌발변수의 출현으로
전문가들의 예측도 빗나가기 일쑤인 것이 사실이다.

올해 미국금리의 전망에 있어서도 큰 변수 중의 하나는 현재 난항을
거듭하고 있는 행정부와 의회간의 재정적자 감축협상의 성공여부이다.

만약 재정적자 감축협상이 조기에 타결되지 못한다면 미국금리의 하향세는
큰 위협을 받을 수 밖에 없을 것이고, 또 금년 하반기 이후 미국 경제의
성장세가 가시화될 경우 미국금리의 향방이 다시 상승쪽으로 방향을 바꿀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한편 독일경제는 지난해 성장세가 갑자기 둔화된데 이어 올해도 GDP
성장율이 1% 수준을 크게 웃돌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는 등 전반적으로
경기전망이 어두운 편이다.

독일연방은행은 지난 12월 공정할인율을 3.5%에서 3.0%로 인하하는 등
지난해에 세차례에 걸쳐 1.5%포인트나 공정할인율을 인하하는 경기부양책을
실시한 바 있는데 올해도 계속해서 추가적인 금리인하가 예견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마르크화 채권시장이 투자자들로부터 큰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은
이러한 전망이 그 배경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 독일과 함께 세계경제의 3대축의 하난인 일본경제의 경우 올해는
지난해보다는 다소 경기가 회복될 것으로 많은 전문가들이 보고 있다.

사실 일본경제는 지난해가 전후 최악의 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지난해 연초부터 고오베지역을 강타한 대지진에 이어 4월에는 한때 엔화
환율이 달러당 79엔까지 가는 이른바 "슈퍼엔고"현상으로 모처럼 살아나던
경기회복 기미가 타격을 받으면서 일본 경제는 4년째 지속되는 장기불황의
늪 속에서 탈출하지 못하였다.

이에따라 일본 정부는 지난해 9월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내놓았고 일본은행
도 지난해 두차례 걸쳐 금리인하를 단행하여 현재의 공정할인율 수준은
사상최저인 0.5%까지 내려와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경제상황을 감안할 때 일본금리는 당분간 현수준에서 안정세를
보이겠으나 중장기적으로는 점차 상승세를 보일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국제금융시장에서 개도국을 중심으로 한 소위 "어머징마켓
(신흥개발국)"의 올해 자금조달 여건은 지난해보다 다소 나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일본금융기관들의 자금공급여력이 회복되면서 아시아 채권에 대한
수요가 되살아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렇게 볼 때 올해의 국제금융시장은 주요국 금리의 안정세 속에서 엔화와
마르크화등 주요퉁화 환율의 움직임도 지난해와 같은 급격한 등락은 없을
것으로 보여 전반적으로 최근 2~3년간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정된 장세가
전망된다고 하겠다.

세계주요시장의 차입여건이 과거 어느때 보다 유리한 상황임을 감안할 때
우리나라도 이제는 글로벌본드 발행을 추지해 볼 라 판단된다.

글로벌본드란 미국시장에서 발행되는 양키본드나 유럽등지에서 발행되는
유로본드와 같이 특정지역의 투자자만을 대상으로 발행되는 것이 아니라
미국, 유럽, 아시아등 전세계의 투자자를 대상으로 발행되는 채권을 말한다.

이는 전세계의 수많은 투자자를 대상으로 하는 만큼 신용도가 우수하고
어느정도 세계적인 지명도가 있는 기관만이라면 올해 국제금융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는데 있어서 매우 효율적인 수단의 하나가 될 것으로 기대
된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