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께끼 초롱을 궁궐로 들고 간 태감이 저녁무렵 되어서 상품들을
잔뜩 가지고 다시 영국부로 돌아왔다.

후비가 낸 수수께끼를 가사의 막내딸인 영춘과 가환을 제외하고는
모두 맞히었다.

태감은 답을 맞힌 사람들에게 후비를 대신하여 시통과 다선을 상품으로
나누어주었다.

시통은 시를 적은 종이를 넣는 봉투였고, 다선은 참대 끝을 잘게 쪼개어
찻잔을 닦는데 쓰는 물건이었다.

물론 영춘과 가환에게는 아무런 상품이 없었다.

영춘은 무덤덤한 태도였지만 가환은 기분이 상한 표정이었다.

그 다음, 후비에게 낸 수수께끼들을 후비가 잘 풀었는지 살펴보는
차례가 되었다.

더러는 맞고 더러는 틀렸으나 모두들 후비가 잘 맞히었다고 대답을
해주었다.

이렇게 후비가 집안 사람들을 상대로 수수께끼 놀이를 하는 것을 보고
대부인도 병풍 모양의 초롱을 만들어놓고 아이들에게 수수께끼를 지어
써 붙이도록 하였다.

여러가지 상품을 준비해놓았다고 하니 너도 나도 수수께끼를 짓느라
여념이 없었다.

보옥의 아버지요 대부인의 아들인 가정도 문안차 들렀다가 수수께끼
놀이에 끼여들었다.

그러나 가정이 끼여들자 화기애애하고 즐겁던 분위기가 무거워졌다.

특히 보옥은 완전히 꿀먹은 벙어리가 되어 고개만 푹 숙이고 있었다.

대부인은 가정을 빨리 보내야 분위기를 수습할 수 있겠다 싶어 가정을
상대로 먼저 수수께끼 놀이를 하기 시작했다.

"내가 수수께끼를 하나 낼 테니 알아맞혀 보려무나.

과일 이름을 맞히는 거야. 맞히면 내가 상품을 내리고 틀리면 네가
오히려 이 에미에게 벌품을 올려야 하느니라"

그러면서 대부인이 수수께끼를 지어 내놓았다.

원숭이는 몸이 가벼워 나무 끝에 오도카니 서 있네 원숭이 모양을 하고
나뭇가지 끝에 달려 있는 과일은 "여지"가 아닌가.

가정은 금방 알아내었지만 일부러 틀린 대답들을 늘어놓아 대부인에게
쟁반과 같은 물건들을 벌품으로 올려 대부인을 한껏 즐겁게 한 연후에야,
이제 겨우 알았다는 듯이 "여지"라고 답하여 대부인으로부터 상등차를
상으로 받았다.

"어머님, 이번에는 제가 어머님께 수수께끼 하나 내드릴게요. 알아 맞혀
보세요"

가정이 목청을 가다듬어 수수께끼를 읊었다.

네모 반듯한 몸매에 단단한 체구 비록 말은 못하나 남의 말에는 반드시
응하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