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독주체제" "브레이크 없는 연승행진" "깊이를 알수없는 큰 바둑"

이창호를 따라다니는 말이다 이창호칠단의 위세는 거칠 것이 없다.

이칠단은 올들어 타이틀전 18연승 행진에 국제대회에서도 챠오다완 구단
조치훈 구단을 연파하는 등 더욱 성숙한 기력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그의 성적은 63승 13패로 최고 승률을 올렸다.

스승 조훈현 구단에게는 23승10패, 라이벌 유창혁 칠단엔 13승3패,
서봉수 구단에게는 2승으로 소위 4인방도 그 앞에서는 맥을 못춘다.

이 추세라면 96년의 바둑계는 국내든 세계든 이창호라는 한 인물을
중심으로 돌아갈 것이 틀림없다.

월간바둑은 최근 이런 이창호시대가 언제까지 갈것인가를 놓고
프로기사를 상대로 다각적 분석을 했다.

그 결과는 아무리 짧아도 5년, 별일이 없다면 10년이라는 데 일치했다.

마땅한 후진이 없고 만21세인 이칠단의 체력 기량으로 볼때 30대까지는
현재의 페이스를 충분히 유지할수 있다고 한다.

또한 그의 기력이 계속 발전을 하고 있어 현재의 상승세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다.

이창호는 스승 조훈현 구단과의 대국이 가장 부담스럽다고 한다.

그는 "초반 포석부터 다른 기사와 현격한 차이를 느껴 상대하기 힘들다"
면서" 유창혁 칠단도 어려운 상대이나 기복이 심해 부담은 덜 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칠단은 새해들어 기성전 배달왕전에서 조구단에 한판도
지지않는 등 일방적 우위를 보이고 있다.

스승 조훈현은 "이창호의 바둑은 전체적으로 강하다.

특히 끝내기가 강하다.

이창호시대는 자기관리 실패로 스스로 자멸하지 않는 한 최소한 10년은
간다"고 밝혔다.

라이벌 유창혁도 "이칠단은 선천적으로 바둑인으로 타고났다.

놀줄도 모르는 지독한 바둑공부 벌레다.

강점은 끝내기가 세다는 것보다 돌부처마냥 좀처럼 흔들리지 않는다는
점이다"고 평했다.

서봉수 구단은 "이창호가 국제무대에서 밀린다는 점이 옥에티"라며
"올해 국제기전서의 활약을 예의 주시한다"고 덧붙였다.

바둑계에서는 조훈현의 황제복귀 가능성에 대해 부정적인 편.

조구단은 나이(만44세)로 보나 체력으로 보나 이미 한계에 달했다며
이창호에 대한 열세가 시간이 갈수록 심화돨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따라서 특별한 변수가 없는한 이창호시대의 장기화는 기정사실.

최강의 적수 조훈현이 최대한 버텨주는 기간내에 유창혁이 전열을
정비, 색다른 면모를 보일수 있을지 아니면 다른 후발주자가 나타날 수
있을 것인지에 바둑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