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전자.섬유업체들이 OEM(주문자 상표 부착생산)하청업체에서 원청
업체로 변신하고 있다.

해외업체의 주문에 따라 남의 상표로 제품을 공급하던 입장에서 해외업
체에 자기상표로 주문을 주는 기업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국내업체들은 이에따라 선진국에서 고급제품을 주문생산하는 업무를 전담
할 해외 법인을 세우는 등 이 분야의 사업을 대폭 강화하고 있다.

또 외국업체와 서로 상대방의 브랜드로 제품을 공급키로 하는 "OEM 공조
체제"를 구축하는 기업들도 생기고 있다.

특히 국내 업계는 유럽 미국등 선진 시장을 겨냥하거나 시장상황의 변화
에 대한 대비책으로 주문제작을 적극 활용하고 있어 OEM 발주가 새로운
경영전략으로 부상하고 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일본 NEC사와 싱크로너스D램 분야에서
상호 OEM으로 제품을 공급키로 했다.

두 회사는 세계 싱크로너스D램 시장이 급속히 확대될 경우에 대비,시장상황
에 따라 서로 제품을 공급해주는 "OEM 공조체제"를 구축했다.

LG전자는 지난해 11월 부터 네덜란드 필립스사로 부터 휴대형 CD-i(대화
형 콤팩트 디스크)를 OEM으로 공급받아 LG브랜드로 유럽지역에 판매하고
있다.

이 회사는 거치형 제품의 경우 거꾸로 필립스에 납품하고 있다.

(주)코오롱은 지난해 말 이태리 밀라노시에 OEM 발주를 전담할 현지법인
인 코오롱 인터내셔널 클럽을 설립했다.

코오롱은 이 법인을 통해 현지의 우수한 디자이너를 활용,스키복을 제작해
"액티브 밀라노"라는 브랜드로 국내외 시장에 판매하고 있다.

LG패션은 <>스웨터<>T셔츠<>니트웨어등을 이탈리아 플라토지역의 봉제업체
들에게 주문제작해 자체 브랜드로 판매하고 있다.

한국의류산업협회 김명호상무는 "고급 기술을 활용한 고가의 제품을 만든
다는 점에서 그동안 중남미 동남아 등 저임금 지역에서 저급제품을 OEM 생
산하던 것과는 차별된다"며 "이탈리아 의류협회와 상호 OEM 확대 방안을 협
의중"이라고 밝혔다.

이밖에 냉장고 사업에 신규진출한 동양매직은 내년에 냉장고 생산공장이
완공되는 대로 호주 E메일사와 상호 OEM 공급체제를 구축할 계획이다.

LG전자 서평원 부사장은 "국내업체들이 해외시장에서 자가브랜드로 고급
제품을 파는 전략을 적극 추진한 데 따른 결과"라며 "국내 기업들의 기술
력이 높아진 만큼 첨단 분야에서 상호 OEM 공급은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 조주현.권영설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