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루몽] (314) 제8부 아늑한 밤과 고요한 낮 (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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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인이 가정이 낸 수수께끼의 답을 생각하려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일용품 이름입니다"
가정이 단서를 주자 보옥은 알았다는 듯이 넌지시 미소를 지었다.
대부인은 보옥을 쳐다보며 답을 알면 가르쳐달라는 표정을 슬쩍 지어
보였다.
보옥이 책상 쪽으로 시선을 보내어 답을 암시해주었다.
"벼루로구나.
네모진 모양새에 단단한 몸이란 것이"
대부인이 답을 알아맞히자 가정이 진귀한 노리개들로 상을 올려드렸다.
그러면서 가정이 병풍모양의 초롱에 붙어 있는 여러가지 수수께끼들을
읽어보았다.
"아이들이 지어 붙인 것들이야. 그것들도 한번 맞혀보라구"
대부인이 재촉을 하자 가정이 초롱으로 더욱 가까이 다가가 수수께끼의
답을 알아내려 애를 썼다.
뜨락에서 아이들이 고개를 들어 바라보니 청명절 하늘에 점들이 곱게
찍혔네 맥 한번 끊어지면 흐느적흐느적 동풍 타고 정처없이 흘러가네
"이건 연이구먼" "맞았어요" 그 수수께끼를 낸 탐춘이 활짝 웃으며
말했다.
아침마다 저녁마다 머리를 태우며 날마다 해마다 마음 들볶이네 아까운
세월 흐르기만 하고 비바람 불어 날씨는 변덕스럽네 "음, 이건 뭘까?
아침 저녁으로 머리를 태우는거, 날마다 흐르는 세월을 아쉬워하는 거?
아, 경향이구먼"
경향은 숙직 서는 자가 시간을 알리기 위해 태우는 향의 일종이었다.
"맞았어요"
이번에는 보채가 맞장구를 쳤다.
하지만 가정의 표정은 그리 밝지 않았다.
아이들이 낸 수수께끼들, 다시 말해 실이 끊어져 정처없이 바람을 타고
흘러가는 연이라든가, 밤낮으로 타서 없어지는 경향이라든가 하는 것들이
인생의 허무함을 노래하고 있는 것만 같았다.
벌써부터 아이들이 이런 글을 짓는다면 그들의 인생이 장차 어떠할
것인가 염려가 되지 않을 수 없었다.
후비가 된 큰딸 원춘도 한꺼번에 맹렬히 타다가 순식간에 재로 변하는
폭죽을 수수께끼로 내었다고 하니 불길한 생각마저 들었다.
원춘이 누리고 있는 부귀영화라는 것도 폭죽처럼 짧은 기간에 와락
타 올랐다가 금방 사그라드는 것은 아닌지. 가정은 불길한 생각들을
떨어버리려는 듯 머리를 흔들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월 29일자).
"일용품 이름입니다"
가정이 단서를 주자 보옥은 알았다는 듯이 넌지시 미소를 지었다.
대부인은 보옥을 쳐다보며 답을 알면 가르쳐달라는 표정을 슬쩍 지어
보였다.
보옥이 책상 쪽으로 시선을 보내어 답을 암시해주었다.
"벼루로구나.
네모진 모양새에 단단한 몸이란 것이"
대부인이 답을 알아맞히자 가정이 진귀한 노리개들로 상을 올려드렸다.
그러면서 가정이 병풍모양의 초롱에 붙어 있는 여러가지 수수께끼들을
읽어보았다.
"아이들이 지어 붙인 것들이야. 그것들도 한번 맞혀보라구"
대부인이 재촉을 하자 가정이 초롱으로 더욱 가까이 다가가 수수께끼의
답을 알아내려 애를 썼다.
뜨락에서 아이들이 고개를 들어 바라보니 청명절 하늘에 점들이 곱게
찍혔네 맥 한번 끊어지면 흐느적흐느적 동풍 타고 정처없이 흘러가네
"이건 연이구먼" "맞았어요" 그 수수께끼를 낸 탐춘이 활짝 웃으며
말했다.
아침마다 저녁마다 머리를 태우며 날마다 해마다 마음 들볶이네 아까운
세월 흐르기만 하고 비바람 불어 날씨는 변덕스럽네 "음, 이건 뭘까?
아침 저녁으로 머리를 태우는거, 날마다 흐르는 세월을 아쉬워하는 거?
아, 경향이구먼"
경향은 숙직 서는 자가 시간을 알리기 위해 태우는 향의 일종이었다.
"맞았어요"
이번에는 보채가 맞장구를 쳤다.
하지만 가정의 표정은 그리 밝지 않았다.
아이들이 낸 수수께끼들, 다시 말해 실이 끊어져 정처없이 바람을 타고
흘러가는 연이라든가, 밤낮으로 타서 없어지는 경향이라든가 하는 것들이
인생의 허무함을 노래하고 있는 것만 같았다.
벌써부터 아이들이 이런 글을 짓는다면 그들의 인생이 장차 어떠할
것인가 염려가 되지 않을 수 없었다.
후비가 된 큰딸 원춘도 한꺼번에 맹렬히 타다가 순식간에 재로 변하는
폭죽을 수수께끼로 내었다고 하니 불길한 생각마저 들었다.
원춘이 누리고 있는 부귀영화라는 것도 폭죽처럼 짧은 기간에 와락
타 올랐다가 금방 사그라드는 것은 아닌지. 가정은 불길한 생각들을
떨어버리려는 듯 머리를 흔들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