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이 구본무회장을 비롯한 임직원 5백여명이 참여하는 가운데 내달
1일과 2일 이틀동안 인도네시아의 휴양지 발리섬에서 대규모 스킬(업무
기량) 경진대회를 열기로 해 눈길을 끈다.

"글로벌 경영"이라는 새로운 흐름에 맞춰 지금까지 매년 국내에서 개최해온
이 대회를 처음 해외에서 갖기로 한 것.

특히 LG는 이 행사를 위해 대한항공의 특별전세기까지 동원, 5백여명의
참가인원을 한꺼번에 실어나르는 등 "기세"를 과시할 예정이어서 관심.

행사개최지인 발리섬 현지의 호텔업계에서도 한꺼번에 엄청난 인파가
몰려듦에 따라 이들에 대한 숙소배정을 놓고 치열한 "유치 경쟁"이
벌어졌다는 후문.

LG의 스킬경진대회에는 화학 전자 등 17개 주요 CU(사업문화단위=일종의
소그룹)에서 선발된 24개팀이 참가해 "경쟁력"을 겨룬다.

지난해 국내 처음으로 다품목 동시생산 방식인 "모듈러 셀"시스템을 도입한
LG전자 구미공장 TV조립부서를 비롯, 바닥재 시장에서 세계 1위에 올라있는
LG화학 영업팀도 참가한다.

또 현지 시장을 "골드스타" 브랜드로 석권하고 있는 LG전자 인도네시아
법인과 LG화학 헝가리법인 등 해외에서도 6개팀이 참가해 "한국선수단"과
자웅을 가릴 예정.

부대 이벤트를 포함해 1일부터 나흘동안 계속될 이 행사에는 구회장은 물론
주요 계열사의 회장 부회장 사장 등 최고경영자들만 40여명이 참가하는등
LG그룹의 간판 경영인들이 총출동키로 해 여의도 트윈타워의 그룹 지휘부가
행사기간중 발리로 옮겨지는 셈이다.

LG는 발리섬에서 스킬경진대회 외에도 변규칠 LG상사 회장겸 그룹 부회장
(해외사업추진위원회 위원장) 주재로 "동남아지역 경영전략 세미나"를 열
계획이다.

재계 일각에서는 이처럼 LG가 "질"과 "량"에서 모두 엄청난 규모의 해외
행사를 갖기로 한데 대해 "그룹 장기경영 방침등에 관한 "큰 건"이
터뜨려지지 않겠느냐"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삼성그룹의 이건희회장이 지난 93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회의를 소집해
"신경영"이념을 선포한 것에 견줘 "발리 구상"같은 것이 나오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있다.

LG측은 그러나 "스킬경진대회와 세미나 외에는 어떤 공식행사도 계획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구회장과 주요 사장단이 전원 발리회의에 참석키로 한 것은 글로벌 경영
마인드를 그룹 내부에 착근시키기 위한 차원에서 내려진 결정일 뿐이라는
설명이다.

어쨌든 그룹 안팎에서는 이번 행사가 내달 22일로 취임 1주년을 맞는
구회장이 지난 한햇동안 추진한 공정거래문화 조성 등 내부지향적 "공격
경영"의 예봉을 해외시장 진출확대 등 외부공략을 강화하는 쪽으로 연결짓는
계기로 삼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많다.

< 이학영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