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98년께로 예상되는 국내 통신시장개방을 앞두고 통신장비업계가
새로운 판을 짜기 시작했다.

국내 2대 교환기메이커이면서 라이벌관계를 유지해온 삼성전자와
LG정보통신이 새로운 첨단 교환기개발을 위해 제휴관계를 맺은 것.

두회사는 최근 한국통신의 차세대 교환기인 TDX-100개발을 위한 참여제안
에서 공동개발컨소시엄을 구성키로 하고 제안서를 냈다.

양사는 TDX-100개발을 위해 삼성전자를 주간사회사로 하고 LG정보통신을
협력사로 하는 컨소시엄을 구성해 한화전자정보통신 대우통신과 함께
경쟁에 뛰어들었다.

이로써 오는 97년께 최우수회사 1개사를 선정하게 될 TDX-100교환기의
표준시스템으로 삼성-LG컨소시엄의 개발제품이 뽑힐 가능성이 매우 커지게
됐다.

이는 지금까지 삼성과 LG의 교환기기술이 앞서 있는데다 바로 직전
한국통신이 구매키로한 TDX-10A기종에서 삼성의 소프트웨어와 LG의
하드웨어를 표준으로 택한 것에서 나타난다.

이번 양사의 첨단교환기 개발을 위한 컨소시엄형성은 지난 10년간 국내
교환기산업을 지탱해온 LG 삼성 대우 한화등 4사체제의 붕괴를 알리는
중요한 시발점이 된다는 점에서 크게 주목받고 있다.

삼성과 LG가 교환기개발에서 손잡게 된 결정적 배경은 우선 국내최대의
교환기구매처인 한국통신이 지금까지의 나눠먹기식 구매정책에서 벗어나
품질우선정책으로 방향을 선회한데서 비롯됐다.

한국통신은 이번 TDX-100교환기부터는 개발에 성공한 기업들의 제품중에서
1위를 한 1개사(또는 컨소시엄)의 제품만 구매키로 결정한 것이다.

지금까지 교환기시장은 4사공동개발 체제를 유지, 구매에서도 물량을 배분
하는 사실상의 "나눠먹기"가 이어져 왔다.

이러다보니 실력이 좋은 업체나 그렇지 못한 업체나 거의 비슷하게 20%
내외에서 시장을 균점하는 기현상이 초래돼 왔다.

이에따라 제품을 구매하는 한국통신내부에서는 신제품개발과 구매에서
제한되거나 탄력적인 대응이 이뤄지지 못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으며
국회나 업계등에서 "담합"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한국통신이 98년도부터 구매하게될 TDX-100은 기존 반전자교환기를 대체
하게 되는 차세대제품으로 개체물량만도 1조6,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
되고 있다.

97년도에 이뤄질 한국통신의 선정평가에서 탈락하는 업체는 이제 사업을
포기하든지 다른 곳에서 시장을 찾아야 하는 새로운 환경이 조성되는
셈이다.

이같은 점에서 TDX-100 선정평가는 교환기개발사상 가장 치열한 싸움이
될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이는 대우와 한화도 일단은 삼성-LG컨소시엄에 비해 열세를 보이고 있기는
하지만 더이상의 선택카드가 없다는 점에서 사운을 걸고 개발에 뛰어들
태세를 보이고 있는데서 알수 있다.

LG와 삼성이 새로운 판을 짜기 위해 "적과의 동침"도 불사하게 된 것은
또다른 배경이 작용하고 있다.

바로 오는 98년께로 예상되는 통신시장의 대외개방이 그것이다.

두회사가 국내 업체들중에서는 기술력이 앞서 있다고 평가받지만 따로
떨어져 경쟁을 해서는 미국 AT&T나 프랑스 알카텔 스웨덴 에릭슨사등
세계적인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외국업체들과는 턱없는 싸움이 될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들과 경쟁을 위해서는 두개사가 힘을 모으지 않는 이상 다른길이 없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

1+1을 통해 "시너지효과"를 내야만 그나마 이들과 대적할 수 있는 여력이
생길 수있다는 것이 관련업계의 분석이다.

이번 교환기개발에 투자될 것으로 추정되는 1,000억원정도의 기술개발비도
공동으로 부담함으로써 가격경쟁력도 갖출 수있다는 계산이 섰다는 얘기다.

이같은 기대효과가 그대로 맞아 떨어진다면 해외 유명업체의 국내 진입도
쉽지만은 않을 전망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