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웅렬 신체제"의 코오롱그룹은 앞으로 어떻게 운영될까.

그의 "신일등주의"는 얼마나 빨리 뿌리내릴 수 있을까.

정보통신 유통 금융등을 차세대주력부문으로 정한 "신사업 구상"은
구체적으로 어떤 그림을 그려낼까.

40대회장의 전문경영인장악은 과연 가능한가.

마침내 출범의 닻을 올린 "코오롱 3세경영호"에 쏠리고 있는 재계의
관심사항들이다.

국내 섬유기업의 대명사로 "조용하고 보수적인" 이미지를 털어내지
못해온 코오롱그룹.40세의 젊은 회장이 과연 어떤 변화와 혁신의 바람을
몰고 올 지에 안팎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것이다.

역시 관심의 초점은 "신일등주의"를 키워드로한 그의 공격경영이다.

"내실"위주의 오랜 관행과 기업문화를 뜯어고치는 일이 그의 첫 과제이기
때문이다.

이웅렬회장은 그의 신일등주의가 이미 상당히 그룹내에 확산됐다고
보고 있다.

그가 지난 91년 그룹부회장을 맡으면서 벌인 혁신운동이 어느 정도
가시적인 성과를 거뒀기 때문이다.

그가 주도한 제2이동통신(신세기통신)건이 대표적인 예다.

힘겹게 싸우다 포철에 "판정패"했지만 사원들은 오히려 이회장을
격려했었다.

"이렇게 싸워본 적도 없었다"고.

이회장은 신일등주의의 조기착근을 위해 경영방침을 새로 세웠다.

실행하기 쉬운 방식으로 뜯어고쳤다.

그가 취임식에서 밝힌 "원 앤드 온리(One & Only)의 실천요령은
그래서 단순한 편이다.

사원 각자가 "하나뿐인 최고"를 지향하기만 하면 된다.

"이 분야에서는 내가 최고이고 이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은 그래서
나 하나뿐"이란 의식의 전환만 있으면 된다는 설명이다.

모두가 허리를 졸라매고 하루 종일 뛰어다니며 때론 밤을 세워야
가능한 외형적 1등이 아니라 "효율성에서의 최고"를 지향한다는게
그의 신일등주의의 요점이다.

영업면에서는 "선점전략"이다.

남들이 못보는 유망상품 기술 지역을 가장 먼저 찾아내 미리 공략한다는
것.

모두들 하고 있는 분야에 뒤늦게 뛰어드는 "고생스런" 싸움은 피해간다는
전략인 셈이다.

물론 오랜 관행과 체질까지 변화시키는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다.

"신일등주의"는 그래서 향후 코오롱그룹의 경영방향을 가늠케하는
중요한 "관찰 포인트"가 될 것임은 분명하다.

다음 관심사인 신사업구상은 이미 대강의 가닥이 잡혀있는 상태다.

코오롱은 이미 지난 94년부터 이신임회장 주도로 "뉴코오롱 비전
2000"을 입안해 실행해왔다.

코오롱의 차세대전략사업은 정보통신 유통 금융등 세 부문.

정보통신과 유통은 이미 상당부분 교두보를 다져놓은 상태다.

정보통신부문에서는 신세기통신에 1대주주로 참여하고 있는 기반을
바탕으로 PCS(개인휴대통신)사업을 추진중이다.

정보통신서비스외에 제조분야도 진출할 예정.

유통분야에서는 기존 "다마트""로손"등 편의점사업 이외에 통신판매업에
신규진출하고 중국 등 해외유통사업에도 발을 뻗칠 계획이다.

아직까진 성과가 미미한 금융분야에서는 특수금융분야의 니치마켓을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중소업체와 소매업체대상의 할부금융업도 검토중이다.

이회장의 경영론은 그의 신일등주의와 맞닿아있다.

"이것 저것 벌이지 않고 특화 심화쪽에 비중을 둔다"는 게 지론이다.

다각화는 하되 "문어발식 확장"은 지양한다는 얘기다.

이렇게 보면 앞으로 코오롱이 그려나갈 신사업의 그림은 그 윤곽이
뚜렷해진다.

남는 관심은 신일등주의와 신사업전개에 있어서 경영의사결정과
집행이 어떤 수순을 밟으며 진행될 것이냐다.

코오롱은 지난해 말 경영진정비작업을 통해 원로3명을 부회장으로
퇴진시키고 50대초반의 경영진들을 주요계열사사장들로 포진시키는
세대교체를 단행했다.

대부분 이신임회장의 혁신의지가 반영된 보임이었다.

이신임회장의 "신코오롱"에도 나름의 한계는 있다.

대부분의 경영진들이 모든 면에서 자신의 "선배"라는 점은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창업세대라고 하긴 어렵지만 이명예회장 시절의 경영형태가 몸에 박인
이들이 대부분이다.

그것은 결국 "불혹"이라는 이회장의 나이가 가진 한계일 수도 있다.

"흔들림 없다(불혹)"는 나이의 장점을 어쩌면 자주 포기해야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일부에서 이회장이 펼 경영스타일을 "견제속의 공격경영"이 될 것으로
점치는 것도 이런 상황과 무관하지 않은 것 같다.

전문경영인과의 조화가 과제라는 지적이다.

<권영설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1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