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준성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

80년대 중반이후 구소련(러시아)을 비롯한 동구권 국가들이 그동안 유지해
오던 사회주의 경제체제를 자본주의 시장경제체제로 전환하면서 20세기적
체제논쟁은 막을 내리고 있다고 볼수 있다.

그러나 최근 러시아를 비롯 폴란드 불가리아 헝가리등의 국가에서 구공산
세력이 재집권에 성공하는 "역도미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물론 몇몇 국가에서 구공산세력이 다수의 의석을 차지하거나 재집권에
성공하였다해서 이들 국가들의 경제체제가 과거의 사회주의 계획경제로
회귀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지난 70여년간 실험된 사회주의경제는 최소한 경제적 성과면에서는 실패한
것으로 판명됐기 때문이다.

극명한 사례는 최근의 북한경제 실상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들 국가에 있어 구공산세력이 정권을 장악했다 해도 시장경제를 추진하는
기본방향은 크게 바뀌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정통경제학에서는 체제 제도등은 주어진 것으로 가정, 주로
경제변수의 상호인과관계 분석에 치중했다.

그러나 경제체제를 어떻게 운영하느냐에 따라 경제적 성과(economic
outcomes)는 상당히 다르게 나타나고 있음을 최근의 러시아 북한경제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인식하에 경제체제를 내생변수화하려는 다양한 연구가 시도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자원의 소유형태는 크게 국유(공유)와 사유의 두가지 형태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자원의 소유형태가 국유(공유)화 되어있는 경제를 사회주의, 자원의
소유형태가 사유화가 가능한 경제를 자본주의라고 규정한다.

따라서 경제체제를 자본주의와 사회주의로 구분하는 이론적 근거는 자원
(재산권 포함)의 소유형태가 사유냐 혹은 국유냐에 달려있다.

한편 희소한 자원을 어떻게 배분할 것인가의 문제에 있어서도 크게 두가지
방법에 의해 해결이 가능하다.

첫째로 희소한 자원을 분권적 조정인 시장기능에 의해 배분하는 방법과
둘째로 중앙집권적 계획기구에 의해 해결하는 방법이 있다.

전자에 의해 자원을 배분하는 경제체제를 시장경제라 하며, 후자에 의해
자원을 배분하는 경제체제를 계획경제라고 한다.

따라서 경제체제를 시장경제와 계획경제(혹은 통제경제)로 구분하는 이론적
근거는 자원의 배분방식을 시장에 의존하느냐 혹은 계획에 의존하느냐에
달려 있다.

현실적으로 각 국가의 경제체제는 앞서 기술한 기준틀이 변형된 다양한
형태로 운영되고 있음은 말할 필요도 없다.

더욱이 최근에는 경제체제를 다차원적이고 복합적인 개념으로 파악하여
분류하고 있기 때문에 종래의 전통적 방법론에 의한 체제분류는 많은
한계성을 갖고 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경제체제를 상기와 같은 기준으로 구분해 볼 때 크게
네가지 유형의 경제체제로 나누어 볼 수 있다.

경제문제를 해결하는데 있어 중요한 또 하나의 기준인 소득분배문제에
있어서도 자본주의와 사회주의는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먼저 자본주의경제에서는 소득이나 부의 분배를 거의 전적으로 시장을
통해 "기여의 원칙"에 따라 달성하고 있다.

결국 자본주의 경제체제에서 소득의 분배는 시장이라는 메커니즘을 통해
생산요소가 생산과정에 기여한 바 대로의 정당한 분배를 보장하는 경제
체제라고 볼 수 있다.

반면 사회주의 경제체제는 소득분배를 "필요의 원칙"에 따라 생산과정의
기여도에 관계없이 모든 사람에게 동등하게 분배하는 체제이다.

이는 소득이나 부가 필요에 따라 인위적으로 분배됨을 의미한다.

이상 간략히 살펴 본 바와 같이 경제체제는 기본적인 경제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에 따라 다양하게 규정되고 있음을 알수 있다.

또한 러시아를 비롯한 동구권 국가들이 지속적으로 경제체제를 자본주의
시장경제로 전환할 것으로 보아 사회주의 보다는 자본주의가, 계획경제
보다는 시장경제가 객관적으로 그 우월성을 평가받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자본주의시장경제도 인플레이션, 실업, 독과점, 소득분배의 불평등
등 거시적 미시적 시장실패(market failure)가 존재하긴 하지만 아직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능가할 우월한 체제는 찾지 못하고 20세기를 보내야
할 것 같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