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선옥 <한국경제연 선임연구원>

표준소매가격제도란 일반적으로 약국이 임의로 의약품소매가격을 인하
또는 인상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의약품에 제약회사가 표시한 가격의
상하 10% 범위내에서 실제판매가를 결정해야 하는 제도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제약회사가 출고하는 공장도가격, 소매가격, 그리고
양자간의 차이인 유통마진규제도 포함하고 있다.

표준소매가격은 "출하가격/(1-표준유통마진율)"이라는 산식에 의해
산출되는 금액으로 결정된다.

여기서 출하가격은 제조업자가 통상적으로 거래하는 실거래가격의
평균가격으로 정하고 표준유통마진율은 표준소매가격의 30% 이내에서
제조업자 등이 의약품의 품목별 회전율과 가격수준 등을 고려하여
자율적으로 정하는 것으로 돼 있는데 대부분 30%에서 결정되고 있다.

이렇게 소매가격인하를 규제하는 논리로는 첫째 의약품은 소비자가
구매정보를 약사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상품으로 가격경쟁을 할 경우에는
전문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한 양질의 보건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고, 둘째
과당경쟁으로 소형약국이 도산하여 인접서비스를 제공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셋째 가격경쟁으로 가격이 낮아지면 약물 오.남용의 우려가 있어
국민보건에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양질의 서비스는 가격이나 이윤보장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가격이 보장되든,가격이 자율화되든 약사는 이윤이 큰 의약품을
많이 판매할 동기를 가질 것이므로 단순히 의약품가격을 보장해 준다고
하여 양질의 의약품을 공급한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어긋난다.

가격을 자율화하여 소형약국에서 높은 가격으로 판매되어도 편리한
거리에서 이용하고자 하는 소비자가 존재하여 경제성이 있다면 도산하지
않을 것이고, 도산한다면 그것은 사회적으로 경제적 효율성이 없는 것으로
아무런 손실을 가져오지 않는 현상이다.

또한 약물의 오.남용문제는 의약품의 낮은 가격탄력성을 볼 때 가격을
높은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이 과연 어느 정도의 소비감소효과가 있는지
의심스럽다.

표준소매가제도를 옹호하는 논리들이 전혀 타당하지 않다고는 할 수
없으나 이는 가격자율화에 따른 시장경쟁의 촉진이 가져올 유통구조의
개선과 유통효율의 제고를 전혀 도외시한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