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통상외교를 둘러싼 외무부와 통산부간의 경쟁이 두부처가 같은 일을
중복해서 하는 상황을 빚고 있다.

통상산업부가 30일 외국에 진출한 한국기업들이 겪는 어려움을 덜어주기
위해 매년 애로사항을 조사키로 한 것은 지난 1월 8일 외무부가 발표한
"해외진출기업의 애로사항조사"와 비슷하다.

사실 외국진출한국기업의 애로사항조사는 통산부의 몫이었다.

통산부는 지난 94년 4월부터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와 주요 무역관에
대외거래애로신고센터를 설치해 수시로 애로사항을 파악해 왔다.

통산부는 이날 올해부터이같은 조사를 좀더 체계화하고 조사범위도 대폭
확대해 정기적으로 실시하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통산부는 이조사를 토대로 국별무역환경조사보고서를 작성, 대외통상자료로
활용한다는 구상도 밝혔다.

그러나 정치외교에 치중해던 외무부가 지난해 경제 통상외교활동강화를
부르짖고 나서면서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외무부는 작년 10월 모든 재외공관을 해외진출기업애로사항신고센터로
지정하고 지난 1월8일에는 수출 투자 공정거래등 한국기업이 겪는 어려움을
조사해 발표까지 했었다.

또 앞으로는 정기적으로 조사해 대외교섭자료로 활용한다는게 외무부의
구상이다.

통산부와 외무부는 지난해 한미자동차협상에서 비협조적인 태도로 적전
분열양상을 보였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번에는 같은 일에 경쟁적으로 나섬으로써 예산낭비를 초래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낳고 있다.

더구나 애로사항조사는 명분은 좋지만 자칫하면 해당국가로부터 불필요한
통상마찰을 불러올수도 있는 미묘한 사안이다.

(고광철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1월 3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