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는 31일 김영삼대통령과의 청와대만찬을 계기로 "비자금 사건" 이후
위축됐던 경제계의 분위기가 일신될 것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특히 문민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갖는 만찬자리라는 점에서 어떤 가시적
인 성과보다는 정.재 관계가 회복되는 "상징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그러나 만찬에 초청된 일부 그룹 총수의 경우 재판이 진행중인데다 3일전
공판에서 1-4년의 실형을 구형받은 상태라 "외형상의 만찬 분위기가 좋다고
해서 실제 재계가 활력을 찾을 수 있을런지는 미지수"(D그룹 P상무)라는
회의적인 시각도 만만치 않다.

비자금 사건으로 재판총수가 재판을 받고 있는 S그룹 관계자는 "진행중인
재판과 대통령의 만찬은 별개"라고 전제하고 "그러나 일단 만찬자리가
마련된 점에서 결국 (비자금사건에 대한) 정치적 사면 성격을 띠는 셈"
이라고 기대섞인 전망을 했다.

이 관계자는 또 "청와대 만찬은 구체적인 요구나 당부를 하기 위해서라기
보다는 비자금 사건으로 마음 고생한 총수들을 달래기 위한 자리라는 성격이
짙다"고 언급.

H그룹 기획담당 임원은 "정부가 가장 우려하는 것은 잇따른 정치적 불안
으로 기업들의 투자가 위축되는 것"이라고 전하고 "이번 만찬 모임에선 주로
청와대의 당부사항을 담담히 듣는 자리가 되지 않겠느냐"고 조심스럽게
전망.

이 임원은 "건의할 만한 자리가 아니라 특별히 건의사항을 준비하지도
않았다"며 "재계는 묵묵히 제 할일만 하면 된다"고 원칙적인 논평.

L그룹 회장실 임원은 "선거등으로 인해 경제가 불안해지는 상황이 가장
우려되는 부분"이라며 "청와대의 주문도 주로 이런 부분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내다봤다.

또다른 S그룹의 한 관계자는 "재판중인 피의자와 대통령과의 만남은
아무래도 모양새가 어색하다"며 "겉으론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하겠지만
어색한 느낌은 지울수 없다"고 언급.

한편 이날 만찬엔 정몽구 현대그룹회장과 이웅렬 코오롱그룹회장, 김현배
삼미그룹회장등 최근 회장에 취임한 3명의 그룹 회장들이 처음으로 청와대
모임에 참석했다.

반면 스위스 다보스회의에 참석중인 최종현 전경련회장을 비롯 신격호
롯데그룹회장, 정태수 한보그룹회장, 김용산 극동그룹회장등은 외국에
체류중이거나 신병치료중이어서 불참했다.

<이의철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2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