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들의 정밀측정기술 기반이 허약하다.

제품의 품질을 확인검증하고 신기술개발에 선행하는 기초기술로서의
정밀측정기술에 대한 중요성이 강조됨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관리나
인식수준은 형편없다.

마이크로화로 승부를 걸고 있는 국제기술경쟁환경에서 발가벗은 채
두 손으로 대적하고 있는 모습으로 그려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따라 국내 기업들의 정밀측정기술 수준을 끌어올릴수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한국표준과학원(KRISS)이 최근 내놓은 "한국산업의 정밀측정기술
선진화방안연구"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기업들의 주력제품생산에 대한
측정기술수준은 일본의 84.8%수준에 불과하다.

정밀측정기술 수준이 떨어지다 보니 제품전반의 정밀정확도나 품질수준
역시 일본의 85%선 내외로 뒤질수 밖에 없다.

물론 가공기술수준이 뒤를 받쳐주지 못한 이유도 있지만 원료에서부터
완제품생산에 이르기까지 거쳐야할 단계별 측정기술수준이 처지는데서
근원적 요인을 발견할수 있다.

국내 산업계의 정밀측정기술관리에 대한 인식은 지극히 낮다.

보고서에 따르면 정밀측정 전담부서를 두고 있는 업체는 전체기업의
절반에도 못미친다.

측정표준실을 두고 있는 기업은 40%선이다.

이중 제품의 정밀화요구수준을 맞출수 있도록 설비를 갖춘 업체는
30%미만이다.

일정기간에 따라 반드시 받아야할 보유측정기기에 대한 교정검사도
건너뛰기 일쑤다.

국내산업계의 교정검사 대상기기에 대한 교정검사 실시율은 94년 현재
64.5%이다.

나머지 기기는 교정검사도 받지 않은 채 사용되고 있다는 뜻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정밀측정기술의 중요성에 대한 최고경영층의 관심은 지극히 낮다.

또 측정기술인력의 대부분은 전문교육을 받지 못한 사람들로 채워져
있다.

이들을 체계적으로 훈련시킬수 있는 교육프로그램이 충분치 않음은
물론이다.

그나마 일부기관에 마련돼 있는 교육도 형식에 그치고 있다.

국내 정밀측정기기산업 역시 뒤처져 있기는 마찬가지다.

지난해 국내 정밀측정기기수출은 4억여달러선.

이에비해 수입은 24억달러규모로 20억달러에 가까운 무역적자를
기록했다.

이런 추세라면 2005년께는 측정기기부문에서만 35억달러선의 무역역조를
보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기업의 측정기술 수준이 떨어져 제품의 국제경쟁력은 하향곡선을 긋고
측정기기 자체에 대한 수입의존도는 갈수록 커지리란 것이다.

KRISS의 표준조사 책임연구원인 김동진박사는 "나노미터급의 초마이크로
기술개발경쟁이 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제품의
요구정밀도를 10배이상 능가하는 측정기술개발이 선행돼야한다"며 이 부문에
대한 투자를 강화해야한다고 말한다.

김박사는 우선 특별법을 마련해서라도 국가표준을 관장하는 기관의
위상및 재정지원규모를 미 국립표준기술연구소(NIST)와 같은 수준으로
끌어올려야한다고 주장한다.

또 측정기기에 대한 조사를 정기적으로 실시하고 기업과 측정기기교정
검사기관 사이에 전산망을 구축하는 한편 지역적으로 편중되어 있는
교정기관도 고르게 분산시켜 교정검사의 효율화를 도모해야 한다고
말한다.

김박사는 특히 정밀측정 전문기술인력 육성에 힘을 쏟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현재로서는 정밀측정기술인력을 키워낼 교육기반이 없어 2005년께
8만여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는 정밀측정 전문기술인력 수요를 충족시킬수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론과 실습이 병행되는 정밀측정기술대학, 측정표준훈련원 등을
별도로 설립, 필요인력을 공급하고 재교육시키는 체제를 갖춰야한다는
설명이다.

김박사는 이밖에 측정기기개발주식회사를 세우고 이를 통해 측정기기
국산화개발사업을 지원하는등 기술자립기반을 다져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기업들의 정밀측정기술력제고및 국가차원의 인력양성 그리고 측정기기
산업육성이란 3가지 요구조건이 서둘러 충족되지 않는한 21세기 기술경쟁
파고를 극복할수 없을 것"이란게 김박사의 생각이다.

<김재일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2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