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 대통령이 31일 30대그룹 총수들을 청와대로 초청, 만찬을 함께 한
것은 현재의 경제상황이 그 어느때보다 정부와 재계간 협력을 필요로 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특히 의미가 있다.

산업생산 설비투자등 실물경제의 흐름은 예상보다 더 빠른 속도로 내림세를
보이고 있고, 임금인상률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능성이 전무한 가운데 비자금
사건후유증, 선거분위기가 겹쳐 산업현장의 갈등은 더욱 증폭될 가능성이
큰게 현재의 우리 경제상황이다.

만찬 자리에서 김대통령은 "지난해말부터 추진해온 역사 바로세우기
과정에서 일부 기업인들이 마음의 고통을 받아온데 대해 대통령으로서
가슴아프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신임 회장들에게는 경영권을 맡은 소감을 묻고, 각 그룹이 추진중인
역점사업에 대해서도 각별한 관심을 표시했다.

이날 만찬은 비자금사건으로 30명이 넘는 그룹 총수들이 조사를 받고
그중 일부는 실형을 구형받아 위축될대로 위축된 재계를 격려하기 위한
자리였다고 볼수 있다.

적절한 배려였지만 이날 만찬만으로 그동안 누적된 정부와 재계간 앙금이
말끔히 씻겼으리라고 보기는 어렵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김대통령이 그룹 총수들에게 "앞으로 기회가 닿는대로
개별적으로 따로 만날수도 있을 것"이라고 한 말을 유의한다.

자주 만나 경제현안을 해결할 수 있게 중지를 모으기를 기대한다.

만찬석상에서 김대통령은 올해 우리 경제가 풀어야할 과제를 <>물가안정
<>노사관계안정 <>중소기업지원을 통한 경기양 극화해소라고 지적했다.

문제의 핵심을 매우 잘 파악하고 있다고 본다.

우리는 대통령이 지적한 이들 과제중 어느 하나도 정부와 재계간 긴밀한
협력없이는 어렵다고 본다.

중소기업문제만 해도 그렇다.

이날 만찬의 초청대상자였으나 부도로 참석하지 못한 우성그룹을 보자.

그 부도로 연쇄 부도위기에 봉착한 중소기업이 1,000여개에 이른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대기업이 있어야 중소기업도 존재할수 있다는 단순한 사실을 말해주는
것이고, 이는 중소기업정책도 정부와 대기업간 협력없이는 실효성이 없다는
얘기로 통한다.

대기업을 백안시하는 정책,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대립적인 개념으로 파악
하려는 경제정책은 성공할수 없다.

기업과 근로자를 상충되는 개념으로 보는 노동정책은 산업현장의 갈등만
확대시킬 뿐이다.

경제정책의 첫 출발이 기업에 대한 이해고, 그 결과 역시 기업을 통해서
나타난다는 것은 새삼 강조할 필요조차 없다.

바로 그런 점에서 정부와 재계간에는 정이 통하는, 서로를 존중하는 대화와
이해가 있어야 한다.

김대통령과 그룹 총수들이 이날 만찬에서 규제완화의 필요성에 대해 견해를
같이한 것에 대해서도 우리는 매우 관심을 갖는다.

따지고 보면 이미 해묵은 "주제"인 규제완화가 이날 또 나왔다는 것은
그것이 말과는 달리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실감있는 경제정책의 성안과 운용을 위해 정-재계간 협력을 거듭 촉구
한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2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