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희흠 대구은행장은 1일 기자회견을 갖고 "건강상의 이유와 후진양성을
위해 임기를 2년 앞두고 자진 사퇴키로 했다"고 밝혔다.

시중.지방은행장이 임기를 남겨놓고 자의에 의해 중도퇴진 하는건 매우
드문 일이다.

홍행장은 "은행을 위해 더 일해달라"는 직원들이 만류를 뿌리치고 용퇴를
결심해 앞으로 은행장들의 거취에도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홍행장이 갑작스럽게 용퇴키로한 것은 자신의 말대로 크게 두가지 이유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첫번째는 후진양성이다.

대구은행에서는 다음달 주총에서 김극년감사 권동석 배준태 최장식 김창환
상무등 5명이 임기를 맞는다.

이중 김감사와 권상무 배상무등 3명이 중임만료다.

은감원의 "3연임불가원칙"을 고려하면 승진하지 않는한 옷을 벗을수 밖에
없는 처지다.

이들은 은행이 한참 어려울때 홍행장과 함께 고생하며 대구은행의 경영
실적을 호전시킨 주인공들이다.

이런 상황이 "최고경영자는 스스로 물러날 준비를 항상 해야한다"는
홍행장의 평소 소신과 맞아 떨어졌다는 후문이다.

홍행장의 건강악화도 한 이유로 꼽힌다.

홍행장은 "지난해 5월 고혈압으로 쓰러진후 오랫동안 사퇴를 고려해 왔다"
고 말했다.

가족들도 이제 건강을 돌봐야할 때라며 명예로운 퇴진을 권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홍행장이 4월 총선에 참여하기 위해서 퇴진하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홍행장이 지난해 지자체선거때도 거명됐다는 근거에서다.

그러나 홍행장은 "정계진출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일축했다.

홍행장은 "은행장에서 물러난후 은행회장과 자회사인 대은경제연구소회장
으로 은행의 장기적인 진로와 경영전략수립에 조언하겠다"고 말했다.

후임행장에는 서덕규전무의 승진이 유력하다.

홍행장퇴진의 주된 이유가 후진양성인만큼 순리대로 내부승진이 이뤄질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서전무가 행장으로 승진할 경우 김감사가 전무로, 권상무가 감사로 승진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김감사가 행장으로 승진할 가능성도 배제할수는 없다.

대구은행은 2일 은행장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할 예정이다.

홍행장은 지난 56년 한국은행에 입행한뒤 외환은행이사 감사 전무를 거쳐
지난 92년6월 대구은행장에 취임, 지난해 연임됐다.

< 대구=신경원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2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