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근 <대우증권 전무>

세계증시가 금년들어 동반상승을 보이고 있다.

이미 선진국들은 경기호황과 저금리를 배경으로 미국으로 필두로
작년내내 증시호황을 구가했는데 올해 1월들어 상대적으로 부진했던
아시아 및 남미의 신흥시장들이 강세장을 시현함으로써 세계증시가
동조화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은 작년에 13%나 하락하고 금년들어서도 아직 부진함을
면치 못함으로써 국내의 투자자들에게 적지않은 실망을 안겨주고 있다.

사실 작년처럼 경기호황 저금리 물가안정의 3박자가 맞아 떨어져서
주가상승의 요건을 골고루 갖춘 해도 드믈다고 생각한다.

오늘날 주가가 이처럼 경제를 반영치 못하고 소위 역실적 역금융장세를
시현하는 것은 한국증시의 구조적 문제에 기인한 병리현상의 표출이
아닌가 한다.

먼저 개인투자층을 보자.

통계를 보면 92년이래 매년 2조원 이상의 개인투자자금이 증시를 떠나고
있다.

투자성과에 실망하여 떠나기도 했겠지만 내집마련 등 부동산시장으로의
이동도 적지 않다고 생각된다.

한편 기관투자가의 입장은 어떤가 하면 먼저 투신과 증권회사의 경우
과거 당국의 물리적인 증시안정책에 연루되어 주식을 과다보유하게된
결과로 경영정상화를 위해서 앞으로 주식보유를 더 줄여야 할 형편이다.

또한 은행은 최근 1~2년사이 은행간 실적경쟁의 격화로 단기성과를
겨냥한 조급한 주식투자확대가 현재는 오히려 경영상 부담이 되고 있는
형편이다.

이렇게 본다면 개인이나 기관이나 장기안정투자가로 불릴만한 층이
별로 없지않나 생각된다.

미국 등 선진국의 경우 우리나라와 다른점은 연기금과 보험이
기관투자가의 주류를 이룬다는 점이다.

무기한 무제한으로 쌓이는 이들 방대한 자금의 일정비율(국별, 종류별로
20~40%)이 주식시장에 들어와 받쳐주니 시장이 그만큼 든든할 뿐아니라
연기금 보험 증권시장이 상호 유기적 발전도 기할수 있는 것이다.

우리와 증시규모나 역사 비슷한 싱가포르만 하더라도 제1의
기관투자가는 정부산하 투자청으로서 국민저축과 국가재정잉여를 관리하는
곳이다.

그 자산규모는 이미 싱가포르증시 싯가총액의 3분의1을 넘고 있으며
이 자금의 절반이상이 4:6 비율로 주식과 채권에 운용되고 있다고 하니
이는 그만큼 정부가 솔선해서 증시안정을 떠받치고 있다는 얘기가 된다.

우리나라는 어떠한가.

우리나라도 최근 연기금시장이 급신장하여 25조원이 넘는 시장이
되었다.

그러나 법제미비, 행정편의주의, 기금담당자의 인식부족 등으로
이 막대한 장기성자금이 대부분 재정자금으로 차용되거나 은행예금으로
대기하고 있는 형편이다.

이들 기존연기금, 그리고 해마다 5조원이상 늘어나는 신규유입자금의
20%정도라도 주식시장에 유입된다면 시장안정효과는 지대할것이며
증시에 대한 신뢰성은 그만큼 재고될 것이다.

이제 우리도 선진국처럼 경제가 성장하는 한 주식시장도 반드시
성장한다는 믿음을 같이 가져야 할 때가 왔다.

그리하여 장기의 저축성자금이 자연스럽게 증시에 몰려 증시의 안정과
발전을 떠받치도록 정책적제도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2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