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루몽] (319) 제9부 대관원에서 꽃피는 연정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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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옥이 습인이라는 이름 때문에 아버지에게 꾸지람을 듣고 시무룩한
얼굴로 나오니 바깥에 서 있던 하녀들이 보옥의 표정을 살피며 고개를
갸우뚱하였다.
금천아가 보옥을 따라오며 물었다.
"도련님은 대관원에 못 들어가게 되었어요?"
보옥이 화가 잔뜩난 얼굴로 돌아서더니 금천아의 소매를 와락 잡아
집 모퉁이로 끌고 갔다.
아까 금천아가 보옥의 소매를 잡아 데리고 갔던 곳이었다.
"아니, 도련님, 왜 이러세요?"
금천아가 겁을 먹은 표정으로 몸을 움츠렸다.
"네 입술 연지를 빨아달라며?"
그러면서 넋이 나간 듯 반쯤 입을 벌리고 있는 금천아의 입술 연지를
보옥이 힘껏 핥아먹었다.
연지를 핥아먹은 것이 아니라 그 두툼한 아래 위 입술을 마구 씹어먹은
셈이었다.
"아쿠, 아쿠, 도련님"
숨이 막히는 듯 금천아가 헐떡이면서 흥분을 참지 못하겠는지 보옥의
허리를 두 팔로 감았다.
금천아가 더 들러붙기 전에 보옥이 금천아를 뒤로 떠밀어 버리고는
자기 방으로 향해 걸어갔다.
뒤에서 하녀들이 금천아를 놀리며 웃음보를 터뜨리는 소리가 크게
들려왔다.
아마 금천아는 입술연지로 얼굴이 온통 붉게 칠해져 있을 것이었다.
보옥도 자기 입술과 얼굴에 묻은 연지를 손등으로 닦아내며 방문
앞으로 다가갔다.
습인이 방문 앞에서 보옥을 기다리고 있다가 물었다.
"대감님께서 무슨 일로 도련님을 부르셨지요?"
습인이라는 이름을 시녀에게 지어주었다고 아버지에게 꾸지람을 들은
생각을 하면 습인을 쳐다보기도 싫었지만 보옥은 그런 내색은 하지 않고
대답했다.
"아무 것도 아니야. 대관원에 들어가면 공부 열심히 하라고 당부를
하시려고 부른 거야"
"도련님이 대관원으로 들어가는 것이 확실하네요.
그럼 나도 대관원으로 들어갈 수 있겠네요.
아이, 좋아"
습인이 손뼉을 치기까지 하며 좋아하였다.
"그건 모르지. 습인이 대신 사월이가 들어갈지. 아니면 전에 새로
왔던 견습시녀, 이름이 뭐였더라?"
"사아라고 이름까지 지어주었잖아요?"
습인이 뾰로통한 얼굴로 대답했다.
"그렇지. 이름이 운향이니 혜향이니 너무 화려해서 내가 고쳐주었지.
그 사아를 데리고 들어갈 수도 있고"
습인의 표정은 서운한 기색을 넘어서서 붉으락 푸르락 해지기까지
하였다.
보옥은 자기 말이 지나쳤구나 후회하며 슬그머니 습인의 손을 잡아
주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2월 3일자).
얼굴로 나오니 바깥에 서 있던 하녀들이 보옥의 표정을 살피며 고개를
갸우뚱하였다.
금천아가 보옥을 따라오며 물었다.
"도련님은 대관원에 못 들어가게 되었어요?"
보옥이 화가 잔뜩난 얼굴로 돌아서더니 금천아의 소매를 와락 잡아
집 모퉁이로 끌고 갔다.
아까 금천아가 보옥의 소매를 잡아 데리고 갔던 곳이었다.
"아니, 도련님, 왜 이러세요?"
금천아가 겁을 먹은 표정으로 몸을 움츠렸다.
"네 입술 연지를 빨아달라며?"
그러면서 넋이 나간 듯 반쯤 입을 벌리고 있는 금천아의 입술 연지를
보옥이 힘껏 핥아먹었다.
연지를 핥아먹은 것이 아니라 그 두툼한 아래 위 입술을 마구 씹어먹은
셈이었다.
"아쿠, 아쿠, 도련님"
숨이 막히는 듯 금천아가 헐떡이면서 흥분을 참지 못하겠는지 보옥의
허리를 두 팔로 감았다.
금천아가 더 들러붙기 전에 보옥이 금천아를 뒤로 떠밀어 버리고는
자기 방으로 향해 걸어갔다.
뒤에서 하녀들이 금천아를 놀리며 웃음보를 터뜨리는 소리가 크게
들려왔다.
아마 금천아는 입술연지로 얼굴이 온통 붉게 칠해져 있을 것이었다.
보옥도 자기 입술과 얼굴에 묻은 연지를 손등으로 닦아내며 방문
앞으로 다가갔다.
습인이 방문 앞에서 보옥을 기다리고 있다가 물었다.
"대감님께서 무슨 일로 도련님을 부르셨지요?"
습인이라는 이름을 시녀에게 지어주었다고 아버지에게 꾸지람을 들은
생각을 하면 습인을 쳐다보기도 싫었지만 보옥은 그런 내색은 하지 않고
대답했다.
"아무 것도 아니야. 대관원에 들어가면 공부 열심히 하라고 당부를
하시려고 부른 거야"
"도련님이 대관원으로 들어가는 것이 확실하네요.
그럼 나도 대관원으로 들어갈 수 있겠네요.
아이, 좋아"
습인이 손뼉을 치기까지 하며 좋아하였다.
"그건 모르지. 습인이 대신 사월이가 들어갈지. 아니면 전에 새로
왔던 견습시녀, 이름이 뭐였더라?"
"사아라고 이름까지 지어주었잖아요?"
습인이 뾰로통한 얼굴로 대답했다.
"그렇지. 이름이 운향이니 혜향이니 너무 화려해서 내가 고쳐주었지.
그 사아를 데리고 들어갈 수도 있고"
습인의 표정은 서운한 기색을 넘어서서 붉으락 푸르락 해지기까지
하였다.
보옥은 자기 말이 지나쳤구나 후회하며 슬그머니 습인의 손을 잡아
주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2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