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최욱철의원이 김영삼대통령과의 면담설을 공식 부인함에 따라
민주당이 곤경에 빠지게 됐다.

최의원은 지난2일 강릉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지난해 12월 롯데호텔에서
이원종청와대정무수석을 만난 것이 대통령 면담설로 와전됐다"고 해명했
다.

이에 따라 민주당 김원기공동대표가 지난달 24일 "면담설"을 폭로한 이
후 계속된 민주당과 청와대의 공방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민주당은 그동안 "면담설"을 민주당 파괴공작의 명백한 증거로 내세우며
여당과 전면전까지 선포했었다.

박계동의원의 비자금폭로로 치솟았던 인기가 이른바 "2중대론"에 휘말리
면서 급격히 하락하고 있던 때에 민주당은 "면담설"을 인기 회복의 찬스
로 활용해왔던 게 사실이다.

때문에 최의원의 전날 발언은 민주당에 상당한 정치적 타격을 입힐 것으
로 보인다.

대여 공세의 "호재"가 순식간에 "악재"로 뒤바뀐 셈이다.

민주당은 3일 마포당사에서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대책을 논의했으나
뾰족한 대응책을 찾지 못했다.

김원기대표는 "최의원으로부터 김대통령을 만나 입당을 권유받았다는 보
고를 분명히 받았다"며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제정구사무총장도 "여권은 최의원의 친지등을 동원해 진실을 밝히지 못하
도록 압력을 행사했다"며 "총선후 청문회를 개최해서라도 반드시 진실을 규
명하겠다"고 강경한 태도를 취했다.

민주당은 그러나 강경한 겉모습과는 달리 내부적으로는 상당히 곤혹스러
워하면서 이번 파동이 조속히 관심권밖으로 밀려나기를 기대하는 눈치다.

당수뇌부는 "최의원이 김대통령을 만났느냐 아니냐 하는 것은 문제의 본질
이 아니다"라는 데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의 핵심은 대통령의 대리인이라는 사람이 타당의 현역의원을 만나 입
당을 권유했다는 데 있다"라며 슬쩍 한발을 빼는 자세를 취한 것이다.

그러나 신한국당이 최의원과 이규택대변인을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고
소하고 서울지검이 두 사람을 출국금지시킨 상황이기 때문에 사태가 쉽게
마무리되지는 않을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이제 나아갈 수도 물러설 수도 없는 "진퇴양난"의 처지에 빠졌다.

특히 면담설을 처음 제기한 김원기대표는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정치공세
로 이용하려 했다는 비난을 면치 어렵게 됐다.

결국 민주당이 "신한국당의 사람 빼가기"를 차단하고 침체된 당 분위기
를 쇄신하기 위해 제기한 면담설은 엄청난 자충수가 된 셈이다.

<이건호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2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