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시장에서 금값이 날마다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 2일 런던시장에서는 금값이 온스당 417달러로 6년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지난해 3.4분기까지도 온스당 380달러 안팎이던 것에 비교하면 10%가량
오른 셈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조만간 온스당 430달러선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국제 금값이 크게 오르는 까닭은 무엇 때문일까,우리가 눈여겨볼
특별한 의미가 있는가.

결론부터 말하면 최근의 금값 오름세는 국제 금융시장의 불안한
흐름을 반영한다.

따라서 우리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시장경제에서 모든 가격은 수요와 공급에 따라 결정된다.

금수요는 장식용과 산업용및 투자용으로 나뉘며 공급원은 신규생산및
중고금 출하로 분류된다.

연평균 전세계 금 거래량은 2,300t 정도인데 이중 신규생산분이
전체 공급량의 70%를 차지하며 이중 3분의1을 남아공화국이 차지하고
다음은 구소련 지역이다.

일부에서는 최근의 금값상승을 금 공급감소 탓으로 보고 있다.

세계 최대 생산국인 남아공의 금 생산량이 지난 2년동안 계속 줄어
12%가량 감소한 것은 사실이다.

또한 재작년까지만 해도 외화가 부족한 러시아를 중심으로 각국
중앙은행들이 보유 금을 국제시장에 내다팔아 국제 금값안정에 기여했다.

그러나 금값상승은 생산감소 탓도 있지만 투자수요의 증가가 결정적인
요인이다.

이것은 금거래와 연관된 선물-옵션등 파생상품 거래가 현물거래의
10배 이상이며 거래금액이 수천억달러에 달한다는 점을 보면 명확하다.

금 관련 파생상품거래의 80%가량은 뉴욕 거래소에서 이뤄지는데
지난해 하반기에 국제적인 투기자금의 대명사인 조지 소로스의 퀀텀펀드(
Quantum Fund )에서 수억달러가 투자된 것을 계기로 투자수요가
꾸준히 늘어났다.

이 경우 전통적인 가치저장 수단이나 단기적인 인플레이션 회피수단으로
금을 매입하기 보다는 국제 환시세의 불안을 피하고 환차익을 노린
경향이 강하다.

현재 하루평균 국제 자본이동이 1조달러를 넘고 있기 때문에 약간의
환율변동에도 환차익 또는 환차손이 엄청나다.

게다가 경기침체에 시달리는 일본이나 독일은 물론이고 최근 경기하강세가
짙어지고 있는 미국에서도 경기부양을 위해 잇따라 금리를 낮춤에
따라 유동성 증가가 예상되지만 마땅한 투자대상을 찾지 못하는
탓도 있다.

현재 상대적으로 좋은 경기동향,추가적인 금리인하기대,지속적인
주가상승의 한계 등으로 대규모 국제자본이 미국 채권시장에 풀려
있다.

그러나 난항을 겪고 있는 미균형예산법안,일본의 금융위기 가능성,미국과
러시아 대선전망 불투명,등소평사후 중국의 향방등 적지 않은 불안요인들이
국제 금융시장의 안정을 뒤흔들 가능성은 남아 있다.

이같은 불안요인을 피하고 시세차익을 노리는 국제자본이 최근
국제 금값을 밀어올리고 있다고 봐야 한다.

그렇다면 정보와 기법에서 밀리는 우리기업과 정부는 이같은 위험
요인들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지,있다면 어떻게 대비하고 있는지
미리미리 챙겨야 할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2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