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근교에 있는 "유러피언 카"사는 스페인과 이탈리아에 수출된
르노와 푸조를 역수입, 지난 한해동안 6천대를 판매하는 성과를 올렸다.

이들 국가의 승요차값이 프랑스보다 훨씬 낮아 역수입해도 내수가보다
10~20%정도 낮은 값에 판매가 가능했기 때문이다.

벨기에 북부 엔터워프에서 유사한 판매장을 차린 카렐 카돈씨도 인근
독일및 네덜란드를 대상으로 판촉을 펼쳐 짭짤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

국가간 상품이동이 자유러워지면서 유럽인들이 월경쇼핑을 즐기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그러나 유러피언카처럼 소비자가 아닌 판매상이 국경을 넘어 그것도
자국제품을 역수입 판매하는 것은 "환율위기"를 겪는 지난해부터 나타난
새풍습도다.

독일 바르크와의 가치가 스페인및 포르투갈 화폐에 대해 10%이상
상승하는 등 통화강세국과 약세국간 돈가치의 격차가 크게 벌어지자
독일 프랑스 벨기에 등 통화강세국에서는 이런류의 영업이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

그 이유는 이렇다.

통화강세는 곧 수출가의 인상으로 연결되나 업체들은 외국고객을
잡기위해 수출가를 하향조정, 수입국의 유통가격은 예전수준이
유지되는게 상례다.

자연히 통화강세국과 약세국간 유통가격의 격차가 발생, 자국산을
역수입 판매해도 상당한 이익이 남게 된다.

실제로 유럽연합(EU) 집행위의 조사에 따르면 메르세데스 벤츠
1천8백cc급의 독일내 유통가격은 이탈리아보다 26% 비싸다.

포드 피에스타제품의 경우 이탈리아 내수가격을 100으로 할때 독일
146, 그리고 프랑스는 137에 이른다.

EU회권국간 수입관세가 없는 지금 독일딜러가 벤츠를 이탈리아에서
재수입해도 현지가보다 10%이상 낮은 값에 판매가 가능한 셈이다.

상황이 이러하니 제2, 제3의 유러피언카사가 독일 프랑스 벨기에 등에
우후죽순처럼 늘어나고 있다.

프랑스의 ''오토플뤼''지는 자동차 역수입상이 국내에만 5백군데 이르며
점포에 따라 최신 프랑스산 모델값을 현지값보다 최대 35% 싼값에 판매,
상당한 인기를 끌고 있다고 전했다.

르노사는 수출제품의 3%정도가 재수입 판매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

독일 벤츠사도 이탈리아에 수출되는 연4만대 물량중 25%인 1만대가
국내에 재유입되고 있다고 추정했으며 독일 자동차 전문잡지인
''오토 모터 스포트''지는 연간 35만대에 이르는 수출물량중 10%가 독일에
재유입돼 유통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환율위기 덕분에 신종영업에 나선 딜러나 소비자들은 분명 큰 이득을
보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자동차업체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는 점이다.

통화강세를 극복하기 위해 이익을 줄여가며 이른바 출혈수출한 제품이
자국에 되돌아와 판매되니 경영적자로 허덕일 수 밖에 없다.

르노사는 이에 대응, 수입주문이 급증한 이탈리아 대리점을 대상으로
역수출 여부를 조사한데 이어 통화약세국에 대한 수출가를 재조정한다는
작업에 나섰으나 재수입을 방지하기에는 역부족인 실정이다.

프랑스를 주축으로한 통화강세국들이 업체의 요구를 수용, EU회원국의
평가절하에 대응해 이에 상응하는 보상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선것도 이때문이다.

환율변동이 심한 국가의 제품에 대해서는 상품의 자유이동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유럽화폐통화 1차참여 대상국에 스페인 이탈리아 등 통화약세국을 반드시
포함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강하게 일고 있다.

같은 품질이면 값싼 물건을 선호하는 것은 소비자들의 공통된 심리이다.

때문에 가뜩이나 월경쇼핑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통화강세국 기업들은
''환율''이란 또다른 변수를 극복해야하는 곤경에 처해있는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2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