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덴파사르(인도네시아)=이학영기자 ]

"사랑해요, 끝없는 혁신"

LG그룹은 3일 인도네시아 발리섬의 쉐라톤 컨벤션 센터에서 "96스킬(업무
역량향상)올림픽" 시상식과 자축공연을 갖고 사흘동안의 행사를 마감했다.

이번 행사는 작년 한햇동안 화학 전자 반도체 정유등 주요계열사의 국내외
사업장에서 6백여개의 "스킬개발팀"을 결성, 각각의 예선을 통해 본선에
오른 24개팀의 "선수단"외에 구본무그룹회장을 비롯 각 계열사의 회장
부회장 사장등 40여명을 포함한 5백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치러진 이번 행사
의 일관된 주제는 "끝없는 혁신".

생산기술력 향상을 통해 일본의 경쟁사들을 제치고 고광택 데코시트분야
에서 세계1위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한 LG화학 울산공장의 "글로벌
이노베이션"팀과 인도네시아 중국 헝가리등 해외법인 6개팀을 비롯한
참가팀들을 저마다 "혁신전도사"를 자임했다.

기획 연구개발 생산 물류 영업등 각 부문별로 혁신테마의 설정단계에서부터
결실을 거두기까지의 사례가 열띤 경쟁분위기속에 소개됐다.

LG그룹은 이번 행사의 개최방식 자체에 하나의 "혁신"을 시도하기도 했다.

국내기업으로는 처음 그룹행사를 해외에서 대규모로 치른것 부터가 그렇다.

이 행사에는 LG임직원외에 브루스 엘버슨 미제너럴 일렉트릭(GE)사 아시아
지역담당 사장과 무크타르 위드자자 인도네시아 시나르마스그룹 사장등
동남아지역의 LG거래선 1백여명이 초대됐다.

LG가 주력시장으로 지목하고있는 동남아에서 현지 기업인들을 초청해
"혁신모델"을 선보임으로써 그룹전체의 이미지를 보다 강하게 인식시키겠다
는 계산이 깔려 있는 셈이다.

실제로 LG측은 이번 행사기간중 발리 곳곳에 그룹로고를 새긴 표시판을
붙여 행사분위기를 고조시켰고 인도네시아 국영TV인 TVRI와 최대일간지인
콤파스지등이 열띤 취재경쟁을 벌이는등 "열과시"에도 나름의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TVRI의 앵커우먼인 디디양(25)은 "외국의 특정기업이 자체행사를 위해
특별전세기(대한항공)를 동원하고 호텔(누사인다 쉐라톤) 전체를
세내다시피 한것은 인도네시아 역사상 유례를 찾기 힘든 일"이라고 말했다.

구본무회장은 지난 92년부터 매년 한차례씩 국내에서 열려온 이 행사를
처음 해외에서 개최한데 대해 "해외시장에서 사업파트너로서 LG의 위상을
부각시키는 계기로 삼기 위한 것"이라며 "앞으로도 스킬 올림픽은 매년
주요진출국가에서 돌아가며 개최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번 행사는 어처럼 LG그룹의 대외적인 이미지를 강화했다는 점 외에
국내외의 LG임직원들을 내부에 강한 소속감과 연대의식을 고취시키는 또다른
성과를 일궈냈다.

LG화학 헝가리 투자법인인 LG파논사의 "챌린저팀" 대표로 행사에 참가한
몰나르 가보르 기술계장(화학 엔지니어)은 "한국인들의 뛰어난 활동성과
적극적인 문제해결능력을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며 "헝가리법인의 개혁은
이제 시작일뿐"이라고 말했다.

"내부화합을 향한 또하나의 혁신"은 스킬올림픽의 대미로 장식된 행사
참가자 5백여명의 만찬과 자축공연에서도 나타났다.

구회장의 폐회사에 이은 건배로 시작된 식사시간동안 직원들은 식사테이블
곳곳에서 "회장님, 팬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라며 스스럼없이 구회장의
팔소매를 끌어당겼다.

3시간 넘게 진행된 자축공연은 인도네시아 현지직원들의 민속무용공연으로
시작돼 각 계열사 직원들이 사물놀이 태껸시범 노래 그룹사운드 팝댄스
코미디등 다양한 메뉴를 선보이며 흥겹게 진행됐다.

이날 행사의 하일라이트는 구회장의 가요열창.

공연말미에 신세대 여직원의 호명을 받고 무대에 오른 구회장은 "내 평생
이렇게 많은 사람앞에서 노래를 부르기는 처음"이라며 마이크를 잡고는
애창곡인 "울고넘은 박달재"를 구성지게 불렀다.

정확한 음정과 박자로 분위기를 돋궈 앵콜을 받자 이번에는 "번지없는
주막"을 2절까지 불러제꼈다.

직원들이 무대위로 올라와 구회장을 헹가레치고는 참석자들이 일제히
기립해 "사랑해요 LG"라는 그룹로고송을 부르며 사흘간의 행사는 막을
내렸다.

국내기업이 해외에서 내부행사를 대규모로 치르기도 처음이었지만 그룹
총수가 직원들 앞에서 노래를 부르기도 이번이 처음이었다.

"혁신"의 또다른 모습이자 기존 "총수와 직원"간의 벽을 깨나가는 "작지만
큰 파격"임에 분명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2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