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천사 : 한경 서평위원회
*** 저 자 : 니콜라스 네그로폰테
*** 역 자 : 백옥인
*** 출판사 : 박영률출판사

우리는 기회있을 때마다 미래사회에 대해 "예측"하며 이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얘기한다.

국가정책이나 기업전략의 수립뿐 아니라 사회 교육 생활등을 이야기할
때도 "미래"의 개념은 중요 주제에 포함돼 있다.

그러나 이렇게 미래를 중요주제로 삼고 논의하는 사항들을 보면 그 내용은
대부분 황당한 이야기이거나 현재의 범주를 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것이 우리의 한계라는 것을 느낀 적이 있는 사람들에게 반드시 읽어
보라고 권하고 싶은 책이 "디지털이다(Being Digital)"이다.

한 잔의 차를 마시며 자신이 직접 경험한 일들을 이야기하듯 자연스럽게
미래의 정보기술과 사회,그리고 생활을 이야기하며 우리들에게 미래에
대한 희망적인 확신을 갖게 해주는 책이다.

저자 네그로폰테교수는 시대를 앞서가는 대표적인 인물중의 한사람이다.

그는 10여년전에 자신의 황당한(?) 아이디어를 인정한 MIT대학의 배려로
정보사회에 접근하는 구체적인 정보기술방법들을 연구하기 위한
"미디어랩"을 창설, 지금까지 소장으로 재작하면서 수많은 아이디어들을
현재적 개념으로 체계화한 미래학자다.

그러나 네그로폰테교수의 황당한 미래이야기는 과학기술, 특히 정보과학
기술에 깊은 뿌리를 내리고 있으며 스스로의 생활체험을 바탕으로 하고
있어 언제나 논리적이고 설득력이 있다.

또 미래를 현재와 같이 설명할 수 있는 그의 재능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있다.

"디지털이다(Being Digital)"는 정보사회를 비트(bit)가 중심이 되는
사회로 정의하고 현재의 원자(atom)중심 사회와 비교하여 우리의 생활과
생각이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를 다양한 예를 들어가며 쉽게 설명하고
있다.

이책은 컴퓨터와 커뮤니케이션이 높은 비중을 차지할 정보사회에서의
생활을 여러 분야에서 다루고 있으며, 특히 복잡한 기계들을 인간이
사용하기에 편리하도록 해야 하는 방법에 대한 기본원칙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사용자 인터페이스에 대한 황당하게 들리는, 그러나 당연히 그렇게
되어야하는 이유를 설명한 부분은 앞으로의 멀티미디어가 가야할 방향을
제시하는 중요한 이정표의 하나라 할수있다.

이책을 덮고나면 정보사회와 미래의 정보기술이 우리와 가까이 있다는
인식을 갖게 된다.

이것은 하나하나 구체적인 사례와 함께 설명되어 있으며 동시에
네그로폰테교수 개인의 주관적인 관점까지 포함한 정보기술의 여러
형태들이 과거의 흐름에서부터 앞으로 진행되어야 할 내용 모두가 우리의
생활과 동떨어진 것이 아니라 생활속에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하기 때문이다.

네그로폰테교수는 "디지털이다"한국어판 서문에서 한국의 교육시스템이
미래의 정보사회가 요구하는 창의적이며 유연성있는 인재육성에 역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지적은 이책의 후반부에서 주로 다루고 있는 미래의
인간-컴퓨터간의 인터페이스와 디지털 삶을 위한 인간중심의 기술과 제품의
개발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창조정신과 연계되어 있으며, 저자가 가장
강력하게 역설하고자 하는 내용이다.

우리는 이 부분을 읽으며 네그로폰테교수의 황당한 창의적 발상에 어느
정도나 공감하고 실현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는지 그 정도를 판단하면서
자신이 가진 사고의 유연성을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이구형

(한국경제신문 1996년 2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