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 자동차 섬유 등 주종 수출품목 업체들이 중국 러시아 남미 등 특수형
시장에 치중했던 그동안의 전략을 바꿔 세계 최대시장인 미국에 정면 승부를
거는 쪽으로 선회(U턴)하고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LG 삼성 대우 등 가전3사는 브랜드 인지도를 높여 세계
전자시장의 30%를 차지하는 북미(캐나다 포함)지역 마케팅에 전략포인트를
맞춘다는 내용의 올 사업계획을 확정, 그동안의 "특수추구형 전략"을 전면
수정했다.

LG의 경우 북미 유일의 TV업체인 제니스사 인수를 계기로 그동안 저가
이미지를 벗지 못했던 "골드스타" 브랜드를 "제니스" 브랜드와 연계, 두
브랜드간의 시너지효과를 꾀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컬러TV와 VTR의 미국내 시장점유율을 작년의 14%선에서 <>올해는
15% <>97년 17% <>2000년에는 20%선으로 끌어올려 1위를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삼성전자는 북미시장에 "심플 삼성"이란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조작하기
쉬우면서 고급스런 제품"의 이미지를 심어나가기로 했다.

이를 통해 현재 소니 등 일본업체에 비해 평균 80%선에 불과한 TV VTR 등의
주종품목 대미수출가격을 95%선으로 올리는 등 "제값받기"를 우선 추진,
마케팅 기반을 다지기로 했다.

현대자동차는 준중형승용차인 아반떼가 품질과 가격면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만큼 세계 최대시장인 미국에서 승부를 건다는 전략을 추진중이다.

내달중 "세단 아반떼"와 왜건형인 "아반떼 투어링"을, 하반기중에는
스포츠형 쿠페를 각각 선보여 80년대의 포니신화에 이은 "아반떼 돌풍"을
일으킨다는 계획이다.

기아자동차는 미국내 마케팅기반 확충에 주력, 지난달 애틀랜타시에
6만대분의 부품공급능력을 갖춘 물류센터를 세운데 이어 이달중 동남부
지역에 40개의 딜러판매점을 개설키로 했다.

대우자동차의 경우 올 상반기중 미국 서부지역에 현지판매법인을 세우는
한편 내년초까지 미국 전역에 유통망을 구축, 그동안 미뤄왔던 미국시장
진출을 본격화할 방침이다.

신성통상 세계물산 등 섬유수출전문 업체들은 미국 바이어들에게 글로벌
패션경향과 시장정보 등을 알려줘 제품디자인에 반영하는 "기획제안형
OEM"을 새로운 무기로 내세워 미국진출을 강화키로 했다.

국내 섬유업계는 그동안 현재의 단순OEM(주문자상표 부착생산)방식으로는
동남아국가들에 비해 납기 원가 등의 측면에서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판단,
사실상 미국시장을 외면해왔다.

백효휘 현대자동차 부사장은 "그동안 국내기업들은 개도국지역의 고위험.
고수익(high-risk high-profit)시장을 좇는 경향이 있었다"며 "그러나
WTO(세계무역기구)체제 출범으로 글로벌 무한경쟁이 벌어지게 된만큼
세계적으로 경쟁력을 검증받을 수 있는 미국시장에서 인정받지 않고는 해외
어느곳에서도 살아남기 힘들게 됐다"고 말했다.

< 이성구.이의철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2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