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웅 < 현대경제사회연구원 원장 >

정부는 행정부처에 토요휴무제의 도입을 적극 검토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경제학의 소비자 선택이론에 의하면 이기적인 경제 주체인 개인은 소득이
증가할수록 노동보다 여가를 선택한다.

굳이 경제이론을 빌리지 않더라도 인간은 소득이 증가하고 경제적 여유가
생기면 일을 더해 돈을 벌려하기 보다는 여가를 즐기고 생활의 질을 높이고
싶어한다.

토요휴무제는 단순히 노는 날을 늘리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휴식을 통해 지적 자원을 개발케 하여 노동의 질을 높이고 삶의
즐거움과 활력을 주는데 더 큰 의의가 있다.

토요휴무제는 이용하기에 따라서 고효율, 고부가치형 근로형태인 것이다.

그러나 한국경제의 현실은 아직 토요휴무제를 전면적으로 도입하기에는
이른 감이 없지 않다.

경제규모의 양적 성장에 비해 우리의 윤리의식과 제도와 관행은 전근대적인
것이 너무나 많다.

토요휴무제가 성공되려면 경제주체 각자가 자기의 역할과 책임을 다하는
철저한 자본주의적 직업윤리의 직업윤리는 업무 전체의 능률을 저하시키고
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환경변화에 적응하는 노력이 부족한 것도
문제다.

또한 개인의 여가시간이 늘어나더라도 이를 생산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하는 사회적 여건이 갖추어져야 한다.

각종 문화시설과 사회재교육시설 등의 기반이 확충되어야 여가가 경제적
낭비로 소멸되지 않고 생산적 재충전의 시간으로 활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토요휴무제는 "일할 때 열심히 일하고, 놀 때 열심히 노는" 선진국형
근로문화가 정착되지 않으면, 기업의 생산성은 떨어지고 임금비용만
늘어나는 부작용만 남게 된다.

정부도 토요휴무제를 형식적 제도로 도입하는데 그치지 말고, 근로자들이
토요일을 생산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사회적여건과 기반을 조성하는데 더
정책적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머지 않아 토요휴무제가 경제전분야에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생산적 토요휴무제가 성공될 수 있느냐 하는 문제는
결국 자기의 역할과 업무에 대한 책임을 분명히 인식하고 생산활동에 있어서
종속변수로서가 아닌, 주체의식이 확고한 근로정신과 생산적 노사관계의
기업문화가 형성되느냐 여부에 달려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2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