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신 80여명의 현역의원을 우선 대상으로 계좌추적 작업에 착수함에 따라
한동안 잠잠하던 정치인 사정설이 또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또 검찰이 비록 내사를 중단한다는 방침을 밝혔지만 국회재정경제위의
주세법 개정을 둘러싼 관련업계의 로비설이 재거론되면서 여야가 정치인
사정에 대한 검찰의 수사방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여권은 검찰수사에 대해 "검찰이 알아서 할 일이며 이를 정치권에 대한
본격적인 사정으로 보는 시작으로 보지 말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전씨가 제공한 비자금을 수사한 과정에서 관련 정치인이 있다면 ''성역없는
수사 원칙''에 따라 수사하는 것이지 의도적인 사정은 아니라는 얘기다.
야권은 전씨 비자금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면서도 검찰이 왜 이시점
에서 전씨의 신당추진설을 발표했는지에 대해 의혹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정가에서는 신한국당이 지난 2일 공천을 발표한후 탈락된 의원들이 자민련
으로 발길을 옮기기 시작하자 이들의 ''발목잡기용''으로 정치인 사정설을
흘리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을 하고 있다.
이와함께 전씨의 구속에 대해 대구.경북지역에서 나타나고 있는 ''동정론''을
차단하기 위한 방안중의 하나라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정치인 사정설이 다분히 총선용일 것이라는 분석은 전씨가 정치인에게 돈을
주었다 하더라도 그것은 ''정치자금''의 성격이 짙어 그럴경우 공소시효(3년)
가 지나 처벌의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검찰 수사과정에서 관련정치인들의 이름이 거명될 경우 당사자들의
이미지에 큰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 여권은 전씨의 비자금 사용처에 대한 검찰의 수사를 정치권에 대한
사정으로 보는 것은 옳지 않다고 강조하고 있다.
검찰이 전씨의 진술을 뒷받침하기 위한 조사는 진행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정치자금을 받은 전.현직의원들에 대한 사법처리 여부에 대해서는 여권내부
에서도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여권은 향후 검찰의 정치인조사 여부 못지않게 전씨가 순순히 비자금을 제공
했다고 진술한 배경에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
이와관련, 사정당국 일각에서는 전씨가 비자금을 거뒀으나 모두 썼다는
점을 강조하거나 아니면 비자금중 상당부분을 은닉해 놓은 상태여서 수사
방향을 흐리기 위한 의도가 아니냐는 분석을 하고 있다.
특히 정치권과 언론계 등 각계를 물고 넘어지기 위한 수단으로 이같은
진술을 한 것으로 풀이하고 있기도 하다.
<>. 국민회의 민주당 자민련 등 야 3당은 일단 전씨 비자금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국민회의 박지원 대변인은 "우리당 소속의원들은 전씨 비자금과 관계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면서 "검찰은 전씨 비자금을 철저히 수사,
관련자들의 명단을 공개하라"고 거듭 촉구했다.
국민회의는 검찰의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면서도 여권이 김대중 총재의
''20억+알파''설을 다시 제기하기 위한 것이 아니냐며 경계 하고 있다.
민주당의 이규택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검찰은 전씨의 비자금과 관련해
돈을 받은 정치인을 확인했다면 여야 및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즉각 공개하여
법에 따라 엄중조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민련은 당내 인사중 연루인사가 있는 것으로 밝혀질 경우 당전체에 큰
타격을 미칠 수 있다고 판단, 은밀히 내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
졌다.
이와함께 전씨 비자금제공 문제는 전적으로 신한국당과 관련된 것이라며
정치 공세의 초점을 신한국당에 맞추려는 분위기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2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