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폭염을 만난 것은 1994년 여름이었다. 가건물처럼 지어진 옥탑방에서 자취하는 학생에게는 더욱 잔인한 더위였다. 무작정 긴 노선의 버스를 타고 열대야로 부족했던 잠을 채우거나 책을 읽기도 했다. 그래도 견디기 힘들 땐 노래방이나 비디오방을 찾아 나섰다. 그랬던 1994년의 폭염은 ‘개같은 날의 오후’라는 영화로도, ‘응답하라 1994’ 같은 드라마에도 기록돼 있다.2018년의 폭염은 이른바 ‘폭염 불감증’에 빠져 있던 나를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더워 죽겠네, 추워 죽겠네, 배고파 죽겠네라는 말을 생각 없이 달고 살아왔지만 진짜로 ‘더워 죽겠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키우던 고양이가 폭염 탓에 원인 모를 피부병에 걸렸고, 고양이를 데리고 병원을 왔다 갔다 하다가 온열질환을 경험했다. 결국 그해에 큰맘 먹고 에어컨을 들여놨다.<폭염 살인>이란 책이 있다. 저자 소개란에 ‘전 지구를 가로지르며 참혹한 기후 재앙의 현장을 전해온 최전선의 기후 저널리스트’라고 적어놓은 제프 구델이 썼다. 이 책은 2023년, 그러니까 1년 전에 이미 인간의 ‘적응 가능한 범위’를 벗어났다고 주장한다.그런데 이 책의 2장인 ‘열과 진화’ 편은 매우 흥미롭다. 인간의 적응 가능 범위를 벗어났다는 폭염에 대한 의미를 진화론과 연결해 이야기하는 부분이다. 지구가 뜨거워지는 속도를 우리의 진화 속도가 따라갈 수 없을 때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기 때문이다.보통 인정머리 없고 차가운 사람(원래는 남자)을 ‘냉혈한’이라고 한다. 차가운 피를 가졌다는 뜻이다. 반면에 뭔가 열정을 쏟을 일이 생기면 ‘피가 끓
스포츠 경매 사상 최고가는 홈런왕 베이브 루스의 유니폼으로 올 8월 2412만달러(약 318억원)에 팔렸다. 1932년 뉴욕 양키스와 시카고 컵스 간 월드시리즈 3차전에서 양키스의 베이브 루스가 자신이 가리킨 방면으로 홈런을 친 전설적인 ‘예고 홈런’ 때 입었던 유니폼이다. 미술 작품으로 치면 모나리자급 대우다.베이브 루스만큼 스포츠 경매시장에서 대접받는 사람이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이다. 조던은 운동화 경매 부문 신기록을 모두 가지고 있다. NBA 파이널에서 여섯 번 우승한 조던이 매번 파이널 시리즈에서 신었던 농구화 중 한 족씩, 총 6족 컬렉션이 소더비 경매에서 803만달러(약 105억원)에 낙찰됐다. 과거 조던의 챔피언 결정전 승리 이후 기념사진을 보면 농구화 한 짝만 신고 있는 사진이 많은데, 나머지 한 짝은 시카고 불스 홍보 담당자가 경기 직후 조던으로부터 직접 전달받아 보관하고 있었다. 조던이 시카고 불스 소속으로 뛴 마지막 해인 1998년 NBA 챔피언 결정전 때 신었다가 경기 후 친필사인을 해 볼보이에게 선물한 에어 조던 13 모델은 단일 운동화 최고가(220만달러)다.메이저리그(MLB) 사상 최초의 50홈런-50도루 대기록을 수립한 오타니 쇼헤이의 홈런볼이 여러 가지로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홈런볼을 주운 행운아 남성 관중은 LA 다저스의 30만달러(약 4억원) 사례금을 거부하고 경매를 택했다. 최초 입찰가는 50만달러이나 450만달러(약 60억원)를 제시하면 경쟁 없이 구매할 수 있는 조건이다. 만일 이 가격에 곧바로 낙찰된다면 1998년 마크 맥과이어의 시즌 70호 홈런공(305만달러)을 넘어 홈런볼 경매가 신기록을 세운다.오타니 홈런볼은 경매 최고가 경신 여부와 함께 법적 이슈도
중국이 어제 은행 지급준비율 0.5%포인트 인하 조치를 단행했다. 판궁성 중국인민은행장이 “금융시장에 장기 유동성 1조위안(약 190조원)을 공급할 것”이라고 예고한 지 사흘 만이다. 대형 국영은행들에 최대 1조위안을 투입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한다. 미국의 빅컷(기준금리 0.5%포인트 인하)을 계기로 경기 침체 공포에 휩싸인 중국 경제에 온기를 퍼뜨리기 위한 총력전에 나선 것이다. 중국 증시는 경기 회복 기대감에 사흘 새 10% 이상 뛰었다. 중국 경제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여전히 크지만 “이번엔 달라 보인다”(스콧 러브너 골드만삭스 상무)는 평가가 나온다.국내에도 긍정적 효과가 기대된다. 탈중국 정책 등으로 한국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해 20% 아래로 내려갔지만, 중국은 여전히 우리나라의 최대 수출국이다. 우리 주력인 반도체, 정보통신, 석유화학산업의 대중국 수출 비중은 30%가 넘는다. 더구나 내수가 부진한 가운데 우리 경제의 유일한 버팀목인 수출마저 조만간 정점을 찍고 꺾이는 ‘피크아웃’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씨티, HSBC, 노무라 등 외국의 주요 투자은행은 다음달인 10월을 기점으로 전년도 수출 부진에 따른 기저효과가 사라지는 데다 주요국 경기 둔화가 가시화되고 있어 수출이 하락세로 전환할 수도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내수 회복이 가시화되기 전까지는 수출로 한국 경제를 방어할 수밖에 없는 만큼 중국에서 불어오는 훈풍의 기운을 호기로 활용해야 한다. 올해를 연간 수출액이 사상 처음으로 일본을 추월하는 원년으로 만들기 위해서라도 놓칠 수 없는 기회다.하지만 앉아서 쾌재를 부를 일은 아니다. 중국은 이미 우리나라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