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물류 합리화문제는 선-후진국을 막론하고 모든 국가와 기업의
핵심적인 관심사가 되고 있다.

정부는 물류를 국가경쟁력의 원천으로,기업은 물류를 새로운 이윤의
원천으로 인식하기에 이르렀다.

물류혁신을 "제2의 경영혁명" "비용절감의 마지막 보고"라고 부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정부는 물류개선에 정책의 우선순위를 두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연간 9조원의 교통혼잡 비용을 강요하는 교통난과 사회간접자본
시설의 태부족, 낙후된 물류구조에 따른 비용증대, 전근대적인 각종 규정-
제도-관습 등이 우리의 물류환경을 옥죄어 오자 이제 더이상 이를 방치
해서는 국가경쟁력 강화고 뭐고 구두선에 불과하다는 인식에 도달한 듯하다.

정부가 지난 5일 내놓은 올해 물류개선 시행계획은 이같은 인식을 바탕에
둔 광범위한 종합대책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이 계획의 목표는 현재 제조업 총매출액 대비 17%에 이르는 물류비를 16%로
낮추어 연간 약3조원을 절감한다는데 맞춰져 있다.

이를 위해 물류 기반시설을 지속적으로 확충해 나가고 대규모 물류단지
개발과 물류표준화를 추진하며 종합 물류정보망을 구축하는 한편 관계법령을
정비한다는 것이 세부 시행계획의 골자다.

당장 하반기부터 화물운송사업 참입제한을 대폭 완화하고 화물자동차
운임을 자율화한다는 등의 구체적인 개선대책이 눈에 띈다는 것이 과거에
발표된 대책들과 다른 점이라고 하겠다.

그러나 아직도 초보단계에 머물러 있는 국내 물류수준을 단시일내에
선진국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보다 획기적인 신물류개념의 도입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본다.

이미 20~30년전에 물류개념을 도입한 물류 선진국들은 10년 이내에 초보
단계를 정리했고 10년 단위로 새로운 기법을 개발해 지금은 2-3세대에
이르고 있다.

이들은 지금 운송 보관 포장 정보등 기능별 물류활동을 내부적으로 통합
하고 있을 뿐 아니라 컴퓨터 네트워크를 이용, 공급자 소비자 물류업체등
모든 관련자들이 총체적으로 참여하는 대규모 물류 네트워크를 형성해가고
있는 중이다.

이에 비해 우리는 개별 기업들이 자가 물류센터를 건설하거나 전산화를
추진하는, 물류기법 제1세대에 이제 막 진입한 단계라고 할수 있다.

우리도 빨리 물류 기반시설과 정보통신시설등 물류활동을 위한 외부 여건을
정비하고 그 바탕위에서 기업 외부와의 다각적인 통합을 통해 물류 전과정의
효율화를 추진하는 제2의 물류혁신을 추진해야 한다.

다행히 우리에게는 사회간접자본 시설중 통신부문이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기 때문에 물류정보 처리기술의 개발노력과 기존시설 운영체제의 효율화,
기업간 협력체제구축, 각종 규제완화 등이 뒷받침된다면 신속한 신물류개념
의 도입이 그렇게 어렵지만은 않다고 본다.

덧붙여 물류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기업이나 정부 모두 물류선진화가 기업
경영과 국가정책의 최우선 과제라는 상황인식이 무엇보다 중요함을 강조해
둔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2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