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국당이 어제 첫 전당대회를 치르고 정식 출범했다.

개명을 사전에 서두를 만큼 과거와의 단절이 급했고 총선 과반의석 확보에
생사를 걸다시피, 집권 여당의 전도는 순탄하다고만 보기 힘든게 현실이다.

대회장이 애써 총선출정식 분위기로 고조된 것도 당연하다.

김영삼 총재의 연설은 역사 바로세우기,정치 바로세우기의 정당성 그리고
안정의석 확보없인 더 이상 변화도 개혁도 없다는 긴박감으로 일관했다.

가히 국가의 명운이 4.11총선에 걸렸다는 느낌이 비단 신한국당안만이 아닌
온 국민에 와닿을 만큼 충만해 보인다.

그러나 정가동향은 한치앞이 보이지 않게끔 살벌하다.

공천 후유증도 그러려니와 전직 대통령의 자금살포, 민주당 의원의 대통령
면담 공방등 대소정쟁의 불씨는 산 넘어 산처럼 끝도 없다.

이러다간 언제 돌발사가 벌어져 판을 깨는 것은 아닐지 안심안될 지경이다.

그야말로 두달여동안 틀림없이 어찌되리라거나,그런 일은 절대 없으리라는
어떤 예측도 전망도 허용치 않는 상황이다.

국민 최대 관심사라고 할 여당의 과반의석 확보여부도 예외는 아니다.

우선 야권의 공략이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 배타에 가까운 지역 기반의 분점이다.

호남 충청 대구-경북권은 주인이 따로 있은지 오래여서 신한국당의 공인
텃밭은 부산-경남 뿐이다.

대세를 쥔 수도권은 예측 불허의 3당 호각이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열쇠는 여당이 과연 야권이 겨냥하는 아킬레스건
을 선방할수 있느냐에 달렸다.

과반의석을 여당이 계속 확보해선 김대통령의 독주를 견제할수 없으니 표를
야당에 쪼개달라는 호소가 그것이다.

만일 여권이 이 설득력을 압도하는 전략을 내놓을수 있다면 4.11총선의
여당승리, 과반확보는 가능하다 본다.

그렇다면 그 방향으로 내딛는 첫발은 무엇이어야 한다고 볼 것인가.

아마도 취임이래 김대통령이 쌓은 업적을 중점 강조하는 것이상 없다는데
대세가 기울기 쉽다.

업적선전은 중요하다.

그러나 유연성이 더 아쉽다.

5년임기중 3년여 이런저런 큰 일을 하면서 어쩌면 불가피했던 방법상의
오류-부작용을 깨끗이 인정하는 것이다.

단순히 변명에 그치는게 아니라 그에 대한 현실성있는 시정-보완책을
내놓을 수 있다면 최상 효과적이라는 역설에 주목할 가치가 있다.

세상에서 김대통령의 순수한 의도를 의심하기 보다는 과정-방법상의 독주가
주로 불평이었다는 점은 부인할 일이 아니지 않는가.

이번 연설에서 분명 짚은 점 가운데도 대통령 중임, 내각제등 어떤 개헌도
임기중 시도하지 않겠다는 공언은 특히 의미가 있다.

이는 4.11 총선의 의미가 중요시되는 차기문제에 있어 김대통령에게는
사심이 없다는 공약이다.

대통령이 잔임중 소신을 펼 운신폭이 넓어진다.

그렇다고 우리의 기대는 과욕이 아니다.

김정권에 개혁을 벌였으니 완결하라고 요구해선 안된다.

말그대로 그 5년임기중 법치기반, 공명선거 궤도, 토론-대의정치의 관행을
깨는데서 공전의 기여를 하면 족하다고 본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2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