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람쥐 쳇바퀴 돌듯 정형화되버린 직장생활과 년륜이 쌓일수록 더욱
버거워지기만 하는 가정생활속에서 모든 골치아픈 일을 잊고 무념무상속에
집중할 수 있는 일은 없을까?

가로 세로 60cm 남짓한 나무판위에서 나의 의지대로 나의 판단대로
이 세상을 조률하며 짜릿한 승리감까지 만끽할 수 있는 것, 바로 바둑이
그것이다.

한국증권업협회에는 이런 신선도를 찾을 수 있는 증협기우회라는 바둑
동호인 모임이 있다.

86년 1월부터 본격적인 활동이 시작되었으니 어언 만 10년이 되가고,
회원수만 해도 40여명에 이른다.

모임의 성격이 외형적인 성장이나 규모로 판단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초창기에 비해 지금의 왕성한 활동과 규모를 보면 여간 대견스럽지 않다.

비록 수상기록은 미미하지만 KAL배 직장인 바둑대회 3회 연속출전을
비롯하여 노동자배 대회, 여러증권사와의 친선대국등 대외행사에 적극
참여하여 친선도모에 힘쓰고, 대내적으로는 프로기사 초청 다면기를
비롯해, 상.반기 개인최강자전 등 기력 향상을 위한 다양한 사내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내실도 다지고 있다.

최근에는 바둑관련 기자재(비디오 및 관련전문서적)을 구입, 회원들에게
대여하고, 천리안을 통한 바둑관련 최신 정보를 습득, 전달하여 기우회회원
뿐아니라 바둑에 관심이 있는 타직원들에게도 바둑에서만이 누릴 수 있는
재미와 인생의 맛을 홍보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일까?

근래에 들어서 오정환 상무이사, 서병운 상무이사 등 임원들뿐 아니라
이제 갓 사회에 첫발을 내딛은 신입사원들까지, 기우회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물론 이러한 성장에는 바둑이라는 자체가 가지고 있는 장점들, 즉 비용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아무때나 마음맞는 상대만 있으며 즐길 수 있고,
갈수록 복잡다기해지는 현대사회에서 정신적인 수양과 육체적인 인내력을
동시에 키워줄 수 있는 바둑만의 참맛이 있기 때문임은 두말할 나위 없다.

지난해가 워낙 정신없었던 탓인지 병자년 달력을 내건 지 한달이
되가는데도 신년계획을 세우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증권업협회 기우회는 96년이라는 반상위에 따뜻하고 순수한 흰돌의
인간미와 묵직하고 활기찬 검은돌의 행보로 멋진 한판 승부를 엮어나갈
계획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2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