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년동안 기업인수에 적극 나서온 신호그룹 이순국회장이 또다시
전격적으로 상장 강관업체인 동양철관을 인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회장의 동양철관 인수는 탈제지및 사업다각화를 추진하는 신호그룹의
장기비전과 지역구공천에서 탈락한뒤 정치에만 전념하겠다고 박재홍회장의
이해가 맞아 떨어진 대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신호그룹은 지난해 "신호비전 2000"을 선포하면서 제지중심의 사업구조를
개편,장기적으로 제지비중을 30%이하로 낮추고 철강 금융 정보통신 건설
등으로 사업을 다각화한다는 계획을 추진중이었다.

이런 가운데 동양철관 박회장의 제의를 받고 기업인수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신호는 자회사인 극동산업을 통해 강관사업에 참여해 오던중 94년 신호스틸
을 인수, 강관업에 발판을 단단히 굳혔고 이번에 동양철관마저 인수함으로써
이 분야의 강자로 떠올랐다.

동양철관은 상수도용 대구경강관을 주로 생산하는 업체이다.

지난 94년이후에만도 모나리자 신호스틸 신호유화 신호테크등을 인수한
신호의 이회장은 이번에도 선인수합의 후정산이라는 특유의 기업인수방법을
택했다.

상장기업의 인수는 장내거래가격이 있어 지분인수가 비상장법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간단한 편이다.

21개 기업인수때 경영권프리미엄이라는 플러스알파가 적용되는 것이 관례
인데 신호와 동양은 이 프리미엄을 나중에 산정키로 합의한 것이다.

대구출신인 신호의 이회장과 경북출신인 동양철관의 박회장은 평소 친분이
두터운 사이로 알려졌다.

특히 신호는 지난 94년 동양철관의 자회사로 벤처캐피털업무를 수행하는
경인창업투자를 인수한바 있어 이번 인수가 쉽사리 성사된 것으로 풀이된다.

신호는 국내 17개사 해외 9개사등 총 26개의 계열사를 거느리고 지난해
매출 1조4천4백억원을 기록했고 올해는 2조3천억원으로 60%나 늘려잡고
있다.

또 최근에는 계열제지사 8개사중 대화제지를 일성제지에 합병하고
동신제지및 신강제지를 온양펄프에 흡수시키는등 구조개편작업을 진행중
이다.

신호는 2001년까지 매출 8조원 재계랭킹 25위 진입이라는 중장기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주요계열사로는 제지업체인 온양펄프 신호제지 모나리자가 있고 건설업체인
신호종합개발 금융분야엔 온양상호신용금고 경인창업투자 전자업체인
신호테크등이 있다.

해외법인으론 태국에 신문용지업체인 신호타이를 비롯, 캐나다현지법인인
신호캐나다등이 있다.

이회장은 온양펄프 임원으로 재직하던 77년 회사가 부실화되면서 이를
인수, 경영에 뛰어든뒤 10여개 부실기업을 인수해 정상화시키는 능력을
발휘했다.

이로인해 부실기업인수의 대명사 마이더스의 손 경영의 귀재등 다양한
별명을 갖고 있는데 이회장의 기업인수행진이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지
재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회장은 우방그룹 이순목회장의 친동생이다.

< 김낙훈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2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