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조원 귀금속시장을 잡아라"

종합상사와 중견무역상사들이 오는 97년으로 예정된 귀금속시장 개방에
대비해 귀금속 비즈니스를 확대해 가고 있다.

업계가 추정하는 국내 귀금속시장은 금 2조원과 보석류 2조원 등
연간 약4조원.

종합상사들이 주목하는것은 시장규모 때문만이 아니다.

수요의 거의 대부분(금은 8~90% 보석류는 95%이상)이 현재 밀수품으로
충당되고 있다는 점에서 귀금속비즈니스의 산업성이 특히 크다고
보고있다.

오는 97년 귀금속시장이 개방되고 관세가 인하되면 밀수품이 판쳐온
귀금속시장이 합법적인 수입품시장으로 전환될 전망이라는것.

따라서 지금부터 귀금속 비즈니스에 미리 손을 대는 것이 시장선점에
유리하다는 게 이들 무역업체들의 계산이다.

이런 배경에서 무역업체들이 현재 하고 있는 귀금속 비즈니스형태는
크게 보아 <>귀금속 내수판매와 <>금 중개무역 등 두가지.

귀금속 내수판매는 다시 골드뱅킹 등 금판매사업과 보석류 내수판매
등이 있다.

이중 은행창구를 통해 금을 판매하는 골드뱅킹에는 (주)선경이 지난 94년
처음 뛰어든 이후 삼성물산 (주)대우 (주)쌍용 등 무역상사와 제조업체인
LG금속이 참여하고 있다.

(주)선경의 경우 사업초기에는 월 10억원정도의 매출을 올렸으나 작년
하반기부터 정부가 50g이상 금매입자에 대해서는 실명거래토록 하면서
거래가 다소 주춤해지고 있다.

이에 업계는 최근 고객으로부터 되사는 환매영업과 골드바외에 금화판매
등으로 영업을 다양화하는 추세다.

금판매사업과 관련해서는 북한산 지금의 반입도 크게 늘고 있다.

북한산 금은 지난 92년 삼성물산이 처음 들여왔으며 요즘은 (주)대우
LG상사 등 종합상사는 물론 동양글로벌 (주)신원 등 중견무역업체들도
가세해 작년의 경우 약5t이 반입됐다.

"북한산 금은 이미 지난 59년에 런던시장에 상장될만큼 품질을 인정받고
있다.

특히 북한과 구상무역을 할때 가장 안전한 결제수단이다"라는게
업계관계자의 설명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북한으로부터 들여오는 금은 내국간 거래로 간주돼
관세(3%)가 면제된다는 점이 큰 매력이다.

종합상사들은 요즘 금외에 다이아몬드 등 보석류의 수입판매에도
눈을 돌리고 있다.

LG상사는 이미 작년부터 다이아몬드 등을 수입해 그룹관계사인
(주)보양을 통해 판매하고 있다.

LG는 특히 귀금속 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해 골드팀 직원들을 국내
보석감정학원에 교육시키고 있다.

(주)대우도 지난해 귀금속팀 5명을 국내 보석감정학원에서 교육시킨데
이어 연내에 이들로하여금 미보석학회(GI)가 주관하는 자격증을 따게 할
예정이다.

무역상사들은 귀금속의 내수판매와 함께 중개무역이나 3국간 거래도
크게 확대하고 있다.

(주)대우의 경우 작년 한해동안만도 14억달러규모의 금을 중개무역형태로
수출했다.

또 LG상사는 해외지사에서 3국간 거래로 약1억2천만달러 규모의 금을
취급했다.

이밖에 삼성물산 현대종합상사 (주)쌍용 등도 규모의 차이는 있지만
모두 중개무역 또는 3국간 거래형태로 금 비즈니스에 나서고 있다.

무역상사들이 이처럼 금을 중개무역이나 3국간 거래의 주요품목으로
삼고 있는 것은 금이 부피가 적어 거래금액에 비해 수송비가 적게드는
이점때문이다.

또 공급자와 수요자를 찾기가 쉽다는 장점도 있다.

이같은 귀금속 비즈니스의 확대추세에 대해 일부에서는 "종합상사들이
장사속으로 사치품에까지 손을 댄다"는 비판적 시각도 없지 않다.

하지만 "외국의 경우를 봐도 국민소득이 6천달러를 넘어서면 보석은
사치품이 아니라 기호품"이라는게 업계관계자의 설명이다.

< 임혁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2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