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이 10일로 서른돌을 맞는다.

국내 과학기술의 연륜이 청년기를 넘어 장년의 성숙기로 접어들었음을
의미한다.

과기연의역사는 또 국내 산업발전사와도 궤를 같이 한다.

국내 최초의 정부출연 종합연구기관인 과기연은 과학기술은 물론
산업발전의 모태란 의미를 함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66년 한미협정을 토대로 설립된 과기연은 그동안 기초과학발전 및
경제성장의 중추적 싱크탱크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며 과학한국의 위상을
높여왔다.

설립이후 지금까지 수행한 연구과제는 모두 6천1백84건.

투입된 연구비는 3천3백20억원이다.

개발한 기술의 기업화도 활발히 추진, 이미 2백95개 과제를 이전했으며
4백개 과제는 상용화를 눈앞에 두고 있다.

신기술개발 산실로서의 모습은 특허출원건수에서 엿볼수 있다.

이제까지 특허출원건수는 국외 6백51건을 포함, 1천7백83건으로 이중
국외 2백92건등 8백57건에 대한 등록을 마쳤다.

연구원들이 발표한 논문도 4천2백39편에 달했다.

3일에 한편 이상씩 발표된 셈이다.

국외에서 발표된 것만도 1천3백38건을 헤아릴 정도이다.

과기연은 또 연구원 사관학교로서의 구실도 톡톡히 해냈다.

그동안 과기연이 배출한 전문연구원은 3천6백명이 넘는다.

이들중 5백여명은 기업체에, 9백여명은 학계, 그리고 1천8백여명은
각종 전문연구소에 진출하는 등 산학연 연구기반의 토대를 제공했다.

과기연의 걸음걸이는 그러나 순탄한 것만은 아니었다.

지난 81년 한국과학원(KAIS)과 통합, 한국과학기술원(KAIST)으로
개편된 후 89년 제모습을 되찾기까지 연구활동이 위축되는등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다.

과기연은 이제 21세기를 준비하고 있다.

대학과 기업 등 민간연구기관에서의 연구기능이 크게 강화되고 있는
추세임을 감안, 이들과 차별화하면서 국가과학기술기반을 뒷받침할수
있는 방안을 강구중이다.

슬로건은 "모방과 개량에서 원천기술개발로"이다.

미국 아르곤연구소, 일본 이화학연구소, 독일 막스 플랑크연구소와
같이 국가를 대표하는 초일류연구기관으로 발전, 미래원천기술개발의
축으로서 역할을 수행한다는 구상인 것이다.

과기연은 이를 위해 해외 저명과학자를 유치하는등 탁월성 연구집단을
지속적으로 설치 운영하고 창의적 연구를 지원하는 석좌기금확충에도
힘쓸 계획이다.

또 해외현지 연구분소를 늘려 외국과의 과학기술협력을 강화, 원천기술을
확보하는 한편 국내기업 기술개발활동의 전진기지로 연계시킨다는
구상이다.

연구원들이 매년 해외유명학술지에 주저자로 논문 1편이상을 발표토록
독려하는등 연구풍토를 조성하고 과기원 연구과제에 참여하면서
석.박사학위를 취득할수 있는 학생연구원제도도 활성화할 계획이다.

이밖에 초청정연구동 첨단연구동 환경연구동 등을 오는 2000년까지
잇따라 개설하는 등 연구소내 기반시설도 확충해나갈 예정이다.

< 김재일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2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