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의 대전판매법인 설립은 국내 자동차업계 처음으로 서구식
"복합딜러체제"를 도입한 것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끈다.

직영영업소나 대리점을 통해 차를 팔던 기존의 판매체제어서 벗어나
차판매뿐만 아니라 정비 중고차매매 할부금융을 총괄하는 자동차
종합판매 체제로의 전환을 꾀하고있는 것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현대자동차와 대우자동차가 직영영업소와 대리점을 통한 마케팅전략을
고수하고있는 것과 달리 기아는 복합딜러제를 도입해 생산과 판매를
분리한다는 계획이다.

이를위해 그룹내 계열사의 판매 정비망을 과감히 흡수.통합한다는
방침도 세워놓고있다.

기아의 복합딜러제는 "지역밀착형" 딜러체제를 지향하고있다는 점에서
최근 미국 포드사가 국내에 도입한 지역딜러(sub dealer)제와 유사하다.

그러나 기아의 복합딜러체제는 포드의 지역딜러와 달리 자동차관련
사업을 총괄적으로 취급하고 있어 보다 보다 포괄적이며 적극적인
마케팅전략으로 볼수 있다.

물론 이같은 복합딜러제는 일본 도요타사의 마케팅기법을 "벤치마킹"한
것이다.

지난 70년대에 기술력과 품질이 앞섰던 닛산을 따돌리기 위해 도요타는
"1현1딜러제"르 구축했다.

도요타는 당시 지역 재력가를 동원해 "지역밀착형" 판매법인을
설립함으로써 닛산을 제치고 일본 1위업체로 부상했던 것.

도요타는 현재도 딜러점의 90%이상에 지역자본을 참여시키고있다.

기아가 복합딜러제를 도입한 이유는 간단하다.

가장 큰 목적은 물론 판매 확대.본사와 별도의 지역법인을 설립해
자동차관련 모든 서비스를 제공하게 되면 지역 소비자들에게 "친근감"을
불러넣어 판매량이 현재보다 늘어난다는 얘기다.

두번째는 부대수익의 증대다.

자동차판매이외에 정비 중고차판매 할부금융업까지하게되면 매출이
당연히 늘어난다는 것이다.

"일본업체들의 경우 정비 애프터써비스 중고차 부품판매등 부대사업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30%에 육박"(오민부종합조정실상무)하고
있는 것처럼 내수판매도 선진국형 저성장시대에 돌입한 상태에선 "부업"을
할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따라서 기아의 복합딜러제 도입은 국내 자동차업체들간 경쟁구도를
바꾸어놓을 가능성이 크다.

그간의 "제품경쟁"에서 앞으로는 "마케팅싸움"으로 전환될 것이라는
얘기다.

지방시장을 뺏기지않기 위해 현대와 대우도 기아의 복합딜러제 도입에
맞설 수있는 새로운 전략을 펼게 뻔하기 때문이다.

복합딜러제가 국내에서도 정착될지 아니면 자본력이 풍부한 현대 등의
기존 판매방식이 소비자들에게 호응을 얻을지는 두고볼일이다.

< 이성구.정종태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2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