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덤핑 연례재심은 심사개시일로부터 3백65일내에 완료돼야 한다"(미통상법
규정).

미국 상무부는 그러나 이 규정을 지키지 않았다.

89년 6월에 착수한 6차재심을 끝낸 건 지난 6일로 무려 6년8개월을 끌었다.

90년 6월에 개시한 7차재심에도 5년8개월을 소요했다.

3.4.5.8차 연례재심 때도 2년~2년8개월이 걸렸다.

미상무부가 "지연작전"을 편 2~8차 연례재심의 공통점은 마진판정률이
0~1%대로 극히 낮았다는 사실이다.

반대로 한국 3사에 대해 7~14%의 고율마진을 매겼던 1차 연례재심때는
조사개시부터 판정까지 단 6개월밖에 걸리지 않았던 것과 대조적이다.

미국측은 이처럼 많은 시간을 소요시킨 데 대해 예산과 인력확보의 문제를
댄 것으로 알려졌다.

최군식 삼성전자 통상팀장(이사)은 "판정을 무한정 지연시킴으로써 수출
전략 수립 및 조사철회 요청기회를 박탈하는 결과를 가져 왔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삼성의 경우 3년째인 5차 연례재심이 2년8개월이나 걸리는 바람에
신청 타이밍을 놓치는 등의 어려움을 겪었다.

삼성은 작년초 다시 절차를 밟아 "상황변동에 따른 조사철회 신청서"를
냈다.

그러나 미상무부는 아무런 답을 내놓지 않고 있는 상태다.

이번 6.7차 재심에서 극소판정이 내려졌음에도 역시 "조사철회 보류"라는
입장을 확인했다.

상무부가 조사철회를 내릴 수 있는 근거는 (1)3년연속 극소마진을 판정받은
업체로 (2)해당업체가 향후에도 덤핑을 하지 않을 것으로 판단될 때(연방
규제법)로 규정돼 있다.

문제는 (2)항의 판단기준이 모호하다는 점이다.

미상무부가 "선처"를 하지 않는 한 한국기업들의 발목은 계속 묶여 있을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그러나 미상무부가 적극적으로 조사철회를 단행할 가능성은 적다는게 업계
판단이다.

지난달 한국업체들의 컬러TV 우회수출혐의에 대한 조사에 착수키로 한
것에 비추어 앞으로도 "산넘어 산"식의 덤핑굴레 씌우기는 계속될 소지가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2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