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산 컬러TV의 대미수출 물량은 지난 84년 고율 덤핑판정을 받은 이래
해마다 뒷걸음질쳐 왔다.

88년에만 해도 2억1천8백여만달러를 기록했던 수출액이 93년에는 6천3백
60여만달러로 뚝 떨어졌다.

지난해는 3천1백30여만달러로 다시 2년새 절반 수준으로 하락했다.

특히 삼성 LG 대우 등 대형3사는 92년 이후 사실상 대미직수출을 포기하고
멕시코 태국 등 제3국 생산기지를 통해 수출하고 있는 상태다.

예컨대 삼성전자는 현재 멕시코와 태국의 TV공장에서 각각 80만대와
50만대의 컬러TV를 생산해 이중 1백만대 가량을 미국에 실어내고 있다.

국내에서는 동국전자 코스모스전자 등 중소 조립업체들이 OEM(주문자상표
부착)방식으로 대미수출의 명맥을 잇고 있으나 이 마저도 덤핑굴레를 벗지
못해 해마다 급감소하고 있는 것.

장장 13년째 한국 가전업계의 목을 죄어온 미국의 덤핑조치는 그 "효용"을
충분히 달성한 셈이다.

더구나 미국이 겨냥했던 삼성 등 가전3사는 직수출을 포기한 만큼 덤핑
조사를 종결해도 무방할성 싶다.

그러나 미국은 지난달 한국의 대형가전사들이 멕시코 등에서 TV를 만들어
수출하고 있는 물량에 대해서까지 "우회 덤핑혐의가 있다"며 조사에 착수
했다.

미국의 덤핑 칼날을 피하기 위해 해외로 진출한 것인데 그에 대해서까지
"전가의 보도"를 맞을 위기를 맞고 있다.

미국내에서는 3년전에도 한국기업들의 우회수출에 대한 문제가 제기
됐었으나 당시 미상무부는 "별 문제 없다"며 덮어뒀었다.

그러다가 지난달 이 문제를 다시 정식 제기하고 나온 것과 이번의 "덤핑
조사 철회 보류" 결정이 묘하게 맞물리고 있다.

한국기업들에 대한 "족쇄전략"이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이학영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2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