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윤리 헌장이 발표됐다.

헌장의 정신을 비난하자는 것은 아니지만 헌장대로라면 기업은 지고지선의
존재로 규정되는 것이어서 이것이 옥의 티라면 티다.

기업이 무엇이냐는 주제는 오늘날 현대경영학에서도 주된 토론의 대상이고
정치의 영역에서조차 치열한 갈등을 일으키는 오래된 주제다.

최근 이와 비슷한 주제로 가장 큰 논란을 벌이고 있는 나라는 우리나라외엔
아마도 영국일 것이다.

토니 블레어 노동당수가 제기한 스테이크 홀더(STAKE HOLDER) 경제라는
개념을 두고 영국의 조야가 논란이 한창이다.

물론 "스테이크 홀더"라는 개념은 아직은 명확한 정의가 내려져 있지 않다.

다만 쉐어 홀더(SHARE HOLDER)라는 개념에 대립하는 정도로만 이해되고
있는 수준이어서 억측과 왜곡도 난무한다.

굳이 정의를 내린다면 하나는 주주 중심주의라 할수 있고 또하나는 회사
관리자(임직원) 중심주의라 할만하다.

미국이 전자라면 일본과 독일은 후자에 속한다.

파이내녈 타임즈의 고정기고가인 사무엘 브리턴은 아담스미스로 돌아가자는
주장을 펴면서 스테이크 홀더 경제에 대한 완곡한 반대론을 펴 주목을 받고
있다.

그에 의하면 기업은 역시 주주의 이익에 봉사하는 존재다.

기업이 사회에 봉사하는 것은 경영의 결과일 뿐인 것이며 그자체가 목적이
아니다.

기업은 이윤을 창출해 주주의 부를 늘리는 존재라는게 주장의 요지다.

7일 발표된 기업윤리 헌장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두드러지게 강조
했다는데서 "스테이크 홀더 경제"라는 개념에 오히려 한발 다가서 있다고
하겠다.

주주 특히 증권시장을 통해 자본금을 출자하는 소액주주들의 권한은 언제쯤
공식적으로 선언되고 보호될 것인가.

따지고 보면 우리나라처럼 소액주주가 푸대접받는 나라도 없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2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