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시장 완전개방이라는 새로운 상황변화속에서 백화점업계는
어떻게 변신해 나갈까.

80년이후 고속성장세를 유지해가면서 "소매업의 왕좌"를 계속 지킬수
있을까.

아니면 할인점 회원제창고형클럽 카테고리킬러(전문양판점)등 신업태의
위세에 눌려 일본처럼 쇠퇴기로 접어들 것인가.

백화점업계의 관심은 요즘 온통 이 문제에 쏠려 있다.

외국 유통업체에 대한 매장면적과 점포수 제한이 올해부터 완전
철폐되면서 외국의 어떤 유통업체들도 국내에 마음대로 진출할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온실속에서 자라온 국내 백화점들이 이제는 외국 유수의 유통업체들과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미 한국마크로는 인천에 회원제창고형매장을 개설했으며 프랑스
카푸는 국내법인을 설립해놓고 상반기중 매장을 개점할 예정이다.

이밖에 월마트 K마트 막스&스펜서 등이 국내 진출채비를 갖추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백화점업계는 유통시장개방 이후 신업태 유통업체들이 잇따라 등장하면서
우선 백화점영역이 크게 위축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가격측면에서 볼때 백화점들은 동일한 품질의 제품을 낮은 가격에
판매하는 할인점과 회원제창고형클럽에 경쟁력이 뒤진다.

식품 생활용품 가전제품 등 표준화된 상품에서 특히 그렇다.

이 때문에 현대백화점은 가전제품과 식품매장을 축소했으며 미도파는
본점을 메트로미도파로 상호를 변경, 패션백화점으로 바꾸었다.

롯데 신세계 등도 가전 식품 등의 매장을 축소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할인점들과 전문양판점의 등장으로 대량생산되는 제품에 대한 백화점
경쟁력은 계속 떨어지고 있다"(신세계 이동훈기획실장)는 판단에서다.

신업태의 등장으로 시작된 가격파괴바람은 소비자들의 제품선택기준을
바꾸어놓고있다.

동일한 상품이 매장마다 다른 가격에 판매되는 "일물다가"시대가
열리면서 고객들은 앞으로 보다 싼 가격을 찾게될 것이 분명해지고 있다.

지난94년 문을 연 프라이스클럽 양평동점이 지난해 매출1,000억원을
넘어섰고 E마트 등 할인점들도 점포마다 연간 500억원 이상의 판매실적을
보이고 있다.

할인점과 회원제 창고형매장의 매출이 당초 예상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는 것은 이들 신업태가 국내에 자리잡아가고 있다는 반증이다.

백화점들은 백화점간 경쟁 뿐만 아니라 분야가 다른 신업태와도 경쟁을
벌여야 하는 상황이다.

대기업들의 유통업 참여도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삼성물산 (주)대우등 종합무역상사들이 최근 백화점뿐만 아니라
하이퍼마켓 등 유통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이들 종합무역상사는 전세계에 구축한 네트워크를 통해 우수한 제품을
값싸게 조달할수 있는 능력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있다.

건설업체들 역시 유통분야에 적극적으로 나서고있다.

나산건설 거평건설 청구 등이 아파트단지 등을 건설하면서 백화점
슈퍼마켓 할인점등을 짓고 있다.

유통시장 개방이후 외국 백화점들이 국내에 직접 진출할 가능성도
배제할수 만은 없는 상황이다.

물론 외국백화점들이 국내에 직접 진출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많기는 하다.

"땅값과 돈값이 너무 비싼데다 국내 백화점들이 좋은 입지를 거의
다 차지하고 있어 외국업체가 새로운 점포를 내기가 쉽지않다"(롯데백화점
박홍정전무)는 이유 때문이다.

일본백화점의 경우 불황으로 어려움을 겪고있어 국내에 진출할만한
여력이 없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외국의 유명백화점이 최고급브랜드로 최고급상품을 판매하는
고가백화점을 국내에 낼 경우 성공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있다.

백화점업계는 유통시장 개방이후 신업태 진출과 대기업의 유통업참여,
외국백화점진출 등의 영향으로 구조개편기에 접어들 것으로 내다보고있다.

자금력있는 대형 백화점들은 점포를 계속 늘려가면서 경쟁력을 키워가는
반면 중소형 백화점들이나 지방백화점들은 생존을 위해 힘겨운 싸움을
벌여야하는 상황이다.

이 과정에서 백화점업계에도 "부익부빈익빈"현상이 뚜렷해질 것으로
예상되고있다.

일부 백화점들은 이미 변화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신세계가 할인점 E마트와 회원제창고형매장 프라이스클럽을 개점,
사업다각화에 적극 나서고있다.

뉴코아 역시 할인점사업과 회원제창고형매장 사업에 본격 뛰어들었다.

나산 영동백화점의 할인백화점으로의 전환이나 메트로미도파의
패션전문점 변신 등도 최근 나타나고 있는 새로운 흐름중 하나이다.

변화하지 않으면 살아남기조차 어려워졌다는 환경변화속에 백화점들은
저마다의 특기를 살린 행보를 계속해나갈 전망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2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