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는 까마득한 옛날부터 지구상에 존재하는 농작물들 가운데 질병에
강하고 수확량이 많은 것들을 선택하거나 유사한 품종끼리 교배를 시켜
야생품종들을 꾸준히 개량해 왔다.

그 결과 지금의 농작물들은 대부분 본래의 야생품종과 두드러지게
달라졌고 또 그것들 가운데는 그 사실을 식별하기조차 어려울만큼 크게
바뀐 것도 많다.

유사한 품종간의 교배가 유전자의 변화를 가져왔다는 사실로 미루어
본다면 오늘날 각광을 받고 있는 유전자 조작 기술은 태고적부터 존재해온
것이라고 할수 있다.

그러나 종래의 교배법에 의한 유전자 변화는 유사한 품종에 한정되어
있는데다 쓸모가 없거나 부적합한 유전자까지 새로운 품종에 옮겨져
개량은 커녕 거꾸로 더 나쁜 열성이 나타나는 수도 있다.

그 경우 좋은 유전자만을 가진 품종을 만들려면 몇세대에 걸쳐 선택이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에 10~20년의 세월이 걸린다.

그러한 장애와 단점을 개선할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 1970년대
들어 개발된 유전자공학이다.

품종간의 장벽이 제거되어 모든 품종간의 유전자 결합이 가능해지게
되었고 유전자 결합의 효율과 속도도 비약적으로 향상되었다.

유전자공학은 유전자 조작에 의한 식량증산책을 찾는데 줄곧 노력을
기울여 왔으나 그 성과는 미미하기 짝이 없다.

농작물이 해충과 질병에 견뎌낼수 있는 유전자 조작 기술이 개발되어
화학약품에의 의존도를 감소시켰을뿐 획기적인 증산책을 찾아내진 못했다.

1992년 미국의 미네소타대학에서 열린 세계농업전문가회의에서도
"앞으로 25년동안에 농작물 증산의 주요 원천은 재래기술의 발전일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1950년 이래 인구증가를 큰폭으로 앞질러 늘어나던 세계곡물생산이
84년을 분수령으로 격감되어온 현실을 보더라도 어두운 전망이 아닐수
없다.

한국의 경우 지난 70년대에 다수확품종인 통일벼 개발에 성공하여
주식자급시대에 들어섰으나 지난해 세계무역기구(WTO)출범후 농민의
생산의욕 감퇴와 더불어 또다시 주식대외의존시대로 역행될 조짐이다.

때마침 그동안 개발된 슈퍼쌀이 내년부터 농가에서 재배되도록
보급된다고 한다.

통일벼보다 생산성이 훨씬 높고 맛도 좋은 쌀이라서 국제경쟁력을
높이는데도 일조가 됨은 물론 식량의 어두운 미래에 대처하는데도 일익을
맡게될 것으로 기대되는바 크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2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