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년 미술시장의 전면개방을 앞두고 국제경쟁력을 강화하려는 미술계의
움직임이 다각화되고 있다.

국내미술계에는 그간 미술시장이 전면개방될 경우 외국의 값싼
미술품이 대량 유입됨으로써 국내미술 시장을 황폐화시킬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돼 왔다.

이에따라 미술계는 최근 몇년간 FIAC (파리국제미술제)과 바젤,
시카고 아트페어 등에 우리작가들을 활발하게 진출시키고 외국작가와의
교류전도 적극 추진하는 등 경쟁력 강화를 위해 노력해 왔다.

한국화랑협회 (회장 권상릉)가 오는 27일 조선호텔 오키드룸에서
"미술시장개방에 따른 유통구조 개혁을 위한 심포지엄"을 개최키로
한 것은 이같은 움직임을 보다 구체화한 것.

이번 심포지엄은 10달 앞으로 다가온 미술시장개방에 대비, 미술품
경매제 도입 등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여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미술품거래를 주도하는 화상들이 직접 나서서 미술품경매전문회사의
설립방안 등을 의논함으로써 국제경쟁력 강화는 물론 오랜 침체의 늪에
빠져있는 미술시장을 활성화시켜 보자는 것이다.

국내미술시장은 그동안 거품현상이 심각해 많은 부작용을 일으켜
왔던 게 사실.

작품값이 작가에 의해 일방적으로 매겨지면서 "그림값=작가의 자존심"
으로 인식돼 수요가 없는데도 불구, 한번 올라간 가격은 다시 내려가지
않는게 일반적인 경향이었다.

이처럼 불합리한 가격체계가 지속되면서 국내작가들의 경우 그야말로
집안에서만 큰소리치는 "국내용"에 지나지 않아 대외경쟁력이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는 형편이었다.

따라서 해외아트페어에 참가, 외국화상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도
터무니없는 가격때문에 현지 진출에는 실패하는 구조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

미술계에서는 경매제 도입이야말로 시장질서 유지의 기본적인 전제
조건이자 국제경쟁력 강화의 요건이라고 보고 있다.

경매에 붙여 유찰될 경우 가격이 내려가는 만큼 작가의 의지와
관계없이 공정한 가격이 형성될수 있기 때문.

화랑협회의 한 관계자는 "문제는 미술품을 사치품으로 분류, 투기의
대상으로 보는 세무당국의 잘못된 인식이 장애물"이라며 "지난 90년초
협회가 실시했던 경매제가 정착되지 못한것도 이러한 분위기때문" 이라고
지적했다.

사는 사람과 파는 사람의 신분을 명시하도록 한 현행 부가세법하에서는
경매제 정착이 근본적으로 어려운만큼 당국의 획기적인 인식전환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 백창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2월 13일자).